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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딩/응답하라 2014

UPM, 말레이시아에서의 마지막 밤.

이 특별한 시간, 특별한 기분을 느끼는 바로 지금. 내가 하고있는 일은 바로 이것들을 지우는 일이었다.




아니 이 해괴한 것들은 뭘까..

마지막날 밤 감성충만해서 지금 이 기분 좀 저장하려 들어왔더니만...


여튼 오늘은 길고긴 11개월의 대장정이 끝나고 한국으로 귀국하기 전 마지막 밤이다.

사실 12일 새벽 1시 비행기로 떠나기때문에, 뭐 하룻밤을 더 말레이시아에서 보내긴하지만, 이렇게 침대에서 자고 일어나 다음날도 말레이시아에서 아침맞을 준비를 하는 것은 아니기에, 오늘을 마지막 밤이라 칭한다.

거의 1년의 시간동안 딱 이 날만 바라보고 달려왔었기 때문에, 귀국 하루 전날밤은 한국을 가기 위한 모든 준비를 다 해놓은 상태에서 특별하게 보낼 줄 알았다.

그러나 바로 그 날, 바로 지금 내가 하고있는 건, 내일..아니 시간상으로 오늘 있을 마지막 시험인 일본어시험을 위해 일본어를 외우다가 잠깐 일기좀 쓸까하고 들어와본 블로그에, 저 해괴망측한 것들을 발견하고 지우는 평범하다면 평범하고 평범하지 않다면 평범한, 그러나 지극히도 평범한 그런 밤을 보내고 있다.

귀국 전날밤인 지금도 역시 새벽 4시가 살짝 지난 지금 이 시간까지도 잠을 안자고 이렇게 있다.

짐은 거의 90% 싸놨지만 아직 10%가 정돈되지 않아서 살짝 뭔가 꺼림찍한 이 상태, 그리고 그동안 나에게 편지를 보내줬던 모든 친구들의 편지를 찾았지만, 다정이의 편지만은 찾지 못한 이 찝찝한 상태.

이게 바로 귀국 전날밤의 상태이다.

난 가기 전날 밤, 되게 설레고 그럴 줄 알았는데, 하루 전인데도 아직 실감이 안나는 상태이다.

귀국이 한참남았을 때, '아무리 못해도 귀국 일주일 전 정도쯤에는 실감이 슬슬 나겠지?'라는 생각이었는데,

막상 귀국 일주일 전부터는 그냥 날짜가 다가오긴하니까 뭔가를 준비하긴 하지만 아직까지도 실감이 안나는 그런 상태였다.

그래도 '아무리 못해도 귀국 하루전에는 실감나겠지.'라는 생각을 또 했는데, 귀국 하루전날 밤인 지금도 아직 실감이 안난다. 

실감은 안나지만 막상 짐을 싸니, '무언가 두고갈 것만 같은 불안한 기분이 든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공항에 짠하고 도착하고 싶었는데, 이 찝찝하고 불안함 감정을 안고 귀국해야 한다니..

그리고 한국에 가고난 이후에 할 게 많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할 게 많긴 많다.

그런데 그 할 것들이 '내가 하고싶었던 것'들이 아닌 정말 말 그대로 '할 것', 즉 '해야할 것'들이 많다.

그냥 무작정 돌아가기만 하면 좋을것같았는데, 생각해보니 '할 것'들을 하다보면 그냥 정신없이 그 기다려왔던 순간들이 슉슉 지나갈 것만 같다.

그래서 그냥 개강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비로소 개강이 와야 좀 아 내가 돌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 것만 같다.

1년만에 돌아온 학교, 1년만에 보는 친구들, 1년만에 보는 캠퍼스.. 이렇게보니 내가 학교에 이만큼이나 애정이 많았는가도 싶고..

여튼.. 그리고 참으로도 이상한게, 한국을 떠나올 때는 1년만 잠시 떠나있을 친구들 앞에서 그렇게 펑펑울었는데, 이상하게 지금 떠나면 언제볼지도 모를 말레이친구들 앞에서는 눈물이 안난다.

왜일까.. 너무 고맙고도 착한친구들인데 말이다.

그런데 달리 생각하면 1년만 떠나있을 친구들 앞에서도 그렇게 울었는데, 평생 못볼지도 모르는 친구앞에서 평생못볼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에 충실하여 감정을 놔버리면 정말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을 것같다.

내가 감정이 메마른건지, 아니면 내가 아주 내 마음통제를 스스로 잘하고 있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이 착한 친구들 앞에서 그렇게 내 마지막모습이 우는 모습이 돼버리지 않는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렇게 담담하게 친구들을 보낼 수 있어서 다행이다.

항상 어딘가에 머물렀다가 떠날때는, 늘 무언가 두고간 기분이 든다.

이번에도 역시 그렇다. 게다가 살면서 집이 아닌 다른 곳에 머물렀던 기간중에 가장 오래된 곳이기에 더 많은 것을 놔두고 간 기분이다.

그래서 설레기보단 더 불안한 마음이 큰 것같다.

아아ㅏ아ㅏ 마지막날 밤이라 특별한 말들을 남기고 싶은데, 이렇게 이 순간이 지극히 평범할 줄이야.

여튼... 늘 어딘가에 머물렀다가 돌아갈 때면 늘 하는 생각처럼 '놓고간 것없이, 마무리 잘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아무일 없이, 잘 돌아가길' 그런 마음이다.

내일 시험 잘보고, 돌아갈 준비 잘하고, 비행기 잘타고, 잘 돌아갔으면 좋겠다.

와 마지막 날이다 진짜. 이 밤도 지금 내가 보고있는 책상도, 조금있다 졸리면 잠들 저 침대도, 다다 마지막이다.

마지막이다 마지막. 안녕안녕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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