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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딩/응답하라 2014

새해 첫 날.

한국인. 국어국문학 전공. (하지만 맞춤법, 문학, 음운현상 물어보면 곤란) UPM 교환학생. 독립영화. 단막극. 컴퓨터하면서 잉여거리기. 라디오 듣기. 다큐3일. 유희열의 스케치북. 느낌표. 좋아함. 추억은 맛있다 우걱우걱 냠냠. 빨리한국가고싶음. 2014년 1월은 언제올까.

Malaysia


위는 내 트위터의 프로필이다.

다른 거 다 제쳐두고 주목해야할 것은 '빨리한국가고싶음.2014년 1월은 언제올까. Malaysia'다.

오늘은 바로 그 기다리던 2014년 1월이다.

정말 이렇게 무성의하게 새해를 반긴 것도 처음이다.

사실 어제(시간상으로는 그저께지만..;) 2014년이 되기 전에 방 청소를 다 끝낸 후 샤워를 하고 냉장고에 쟁겨놓은 탄산음료와 과자를 먹으며 소박해보이지만 야심찬 나의 새해맞이를 꿈꿨는데..

새해가 다가온다고 해서 뭐 다를 것도 없이 청소하기 귀찮다고 미루고 미루다가 시간은 가고.. 샤워는 커녕 방도 채 다 못치우고..

설상가상으로 11시 30분쯤에 인터넷이 끊겼다... 그래서 그냥 다운받아놓은 무도를 보다가 밖에서 폭죽이 터지고 환호성이 들려 시계를 보니 2014년 1월 1일 오전 12:00 였다.

1년이 넘게 그토록 기다렸던 2014년인데, 이렇게 어이없게 환영받지 못한 나의 2014년에 사과를 전하고 싶다....;

그렇게 '아...2014년...'하고 멍때리다가 인터넷이 다시 연결돼서 그냥 이것저것 서핑하다가 방청소하다 서핑하다 방청소하다보니 새벽 4시..

새벽이 깊었지만, 정신과 마음은 준비가 되지 않았을 지언정 몸이라도 깨끗하고 정돈된 상태에서 2014년 첫날을 보내고 싶어서 그 새벽에 샤워를 했다..

샤워를 하고나면 좀 잠이 올 줄 알았는데.. 2014년 첫날부터 어김없이 세상을 여는 아침 라디오를 들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지나도 잠이 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친구가 자기들 브런치 먹으러 간다길래 오라그래서..

그 꼴로 오전 11시까지 잠을 자지않고 밤을 꼴딱  센 채로 브런치를 먹으러 나갔다.

뭐 브런치라 함은 뉴욕거리에서 빵하나와 아메리카노 그런걸 상상했지만..

그냥 학교 근처 중국 면요리 집에서 끼니를 떼웠다.

밥을 먹고 친구가 초콜릿공장에 가자길래, 흔쾌히 간다고했는데 문이 닫혀있었다..

보상받자는 심리로 초콜릿공장 내에 유일하게 열려있는 초콜릿 상점에서 테스트용 초콜릿을 엄청 먹어댔다.. 맛있어..

여튼 뭐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는길에, 친구들이 전에도 말햇지만 farewell 파티를 하자고했다..

한국 돌아가기 전까지 딱! 쓸 돈을 맞춰놨는데 farewell파티라니 ㅜ_ㅜ..

나가기 귀찮음+돈걱정에 벌써부터 약간 불편...

이제 다시 보기도 힘든 친구들인데 farewell파티라니 사실 귀찮았다..

이럴때 보면 난 참 이기적이고 정없는 사람인가도 싶다;

뭐 일단 알았다고 하고 가기로 했는데.. 사실 귀찮다..

참 여기 온 날부터 다가오는 그 날까지 이 병은 고쳐지질 않는다..

여튼 일단 알았다곤 했다..

그렇게 약속을 하고 방에 들어왔는데.. 이런 인터넷이 안된다.

인터넷이란 단어가 많이 언급되있는데 이유는, 여기 온 이후로 인터넷은 내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기 때문...

사실 다른 사람보다 인터넷을 많이 하는 편이긴 하지만, 여기 온이후로 특히 2학기에는 무슨 인터넷 중독자 수준으로 인터넷을 해댔다;

그러다보니 인터넷이 끊기면 할 일이 없다..

나가기 귀찮은 이유도 사실 나가서 노는 것보단 이렇게 그냥 방구석에서 '인터넷이나' 하고 있는 것이 더 좋다.

뭐 인터넷이 안되기도 하고, 졸리기도 하고..

이번엔 다운받아놓은 아빠어디가를 보다가 잠들었다..

그렇게 일어나니 8시정도.. 페이스북을 켜니 chenli가 줄 것이 있다며 만나자고했다.

chenli를 만났는데, 자기가 직접만든 무슨 죽 비슷한 것과 중국 전통의상을 줬다.

그렇게 선물을 받고 그저께 final 시험에 대해 얘기하다가, chenli가 오늘이 우리 마지막으로 보는날이네라는 말을 했다.

사실 그동안의 친구들은 마지막인사를 한 적이 없다.

다들 뭐 떠나기 전에 한번은 보겠지라며 아무렇지 않게 인사한 것이 대부분인데, chenli는 마지막 인사를 위해 만난 것이어서 기분이 남달랐다.

그렇게 사진을 찍고 포옹을하고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그냥 그 마지막 인사의 기분이 이상해서 곧장 기숙사에 들어가지 않고 노래를 들으며 기숙사 주변을 거닐었다.

기숙사 주변을 거닐다보니 참 이것저것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긴했지만 1년동안 있었던 익숙한 곳이기에 마지막이라는 것이 잘 실감이 안났다.

저번학기 다른 학교 교환학생언니가 한국에 돌아갈 때 쯤에 언니보고 "언니 이제 한국갈 날 다가오니까 보는 게 다 뭔가 달라보이지않아?"라는 질문을 했었는데,

그 질문이 생각나면서.. 예전과는 조금 달라보이는 학교들을 눈에 담아두고 있었다.

핸드폰도 고장나고 그나마 그 좋진않은 디카조차도 고장나서 이 색달라보이는 풍경들을 카메라 안에 담을 수 없었다.

사진찍는 걸 워낙 좋아하고, 정말 쓸 데없는 것조차 찍어대는 난데, 아마 카메라가 있었다면 사진찍기를 주체할 수없었을 거다.

카메라가 없다는 것이 아쉽기도 했지만, 어쩌면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다.

카메라가 있었다면 사진찍기에 바빠 이 풍경들을 눈에 담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아 그리고 산책하는 길에 고개를 들어서 하늘도 봤다.

한국에 있을 때는 학교 자체가 서울보다는 한적한 강릉에 있어서 워낙 하늘보기 좋은 환경이기도했고, 하늘보기를 좋아하기도해서 친구들에게 '너 요즘 연애하니?'라는 말을 들을정도로 하늘보면서 감상에 젖을 때가 많았는데, 여기 온 이후로 고개를 치켜들어서 하늘을 본 적이 정말 손에 꼽는다.

한동안은 내가 여기 온 이후로 하늘을 보지 않는다는 사실조차 인식조차 못하고 있었는데, '여유있는 사람일 수록 하늘을 많이 본다.'라는 말을 들은 이후로, 내가 말레이시아에 온 이후로 하늘을 본 적이 없구나라는 사실을 자각함과 동시에 내가 여유도 많이 잃었구나 라는 생각도 했다.

그래도 이제 좀 한국갈 날이 다가오니 '하늘 좀 봐볼까?'라는 생각도 하긴하지만, 한국에 있을만큼 온 몸에 힘을 빼고 하늘 구경하기는 힘들다.

한국가면 1년동안 못 본 하늘 마음껏 봐야지. 이제 마음껏 하늘구경할 날도 다음주라고 표현할 만큼 날짜가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어쩌다보니 또 군대에 비교하게 되는데, 말년에는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라던데.. 말년이니만큼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서 잘 마무리하고 돌아갔으면 좋겠다.

아 결론은 이렇게 참 .. 참 이렇게 보낸 새해 첫날도 없다.

그동안은 형식적으로라도 한해를 어떻게 보낼건지 계획도 짜고 다짐도 했는데, 이 특별한 날을 이렇게 수많은 날들 중에 하나로 만들어 버린 적은 처음;

2014년아 엄청 반겨주지 못해서 미안행 그래도 내가 널 엄청 기다렸던거 알지? ㅎ0ㅎ 엄청엄청 기다렸던 너니까 이번 한해 같이 잘지내보자아.

-시간상으로 2014년의 두번째날에 쓰는 2014년의 첫날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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