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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딩/응답하라 2013

20131208

혜경이가 떠났다.

늘 말하지만 여기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의지가 많이 됐던 혜경이.

사촌동생은 그냥 가족 그 이상 그 이하의 생각도 안해봤는데,

여기와서 이렇게 늙어서도 의지하면서 재밌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그리고 정말 얻어먹기만해서 미안하고, 해준 것없어서 미안하고, 고맙고..

늘 누굴 떠나보낼 때마다 마음이 너무 허하지만

아마 여기와서 누굴 떠나보내는 게 혜경이가 마지막이겠지만..

지금까지 마음이 가장 허하다.

정말 아직도 그냥 혜경이네 집 놀러가면 계속 있을 것같은데.

그냥 혜경이 집이 이제 아무것도 없는 깜깜한 빈집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하다.

분명 한국으로 떠났는데, 아직도 정말정말 실감이 안난다.

그리고 혜경이네 집을 마지막으로 가면서 LRT를 탔는데, 이제 딱히 LRT를 탈 일이 없을 것같았다.

그래서 LRT를 타면서도 이제 이것도 마지막일 것같다 생각을 했다.

이제 슬슬 한국갈 날이 다가오면서 마지막인 것들이 많아져간다.

그런데도 아직 한국갈 날이 다가온다는 게 몸소 느껴지질 않는다.

12월이면 분명 한국가기 전 달이라, 한국갈 준비를 슬슬해야겠다는 생각에 몇달 전 다이어리 12월달 페이지에

뭐뭐 할거라고 이것저것 적어놨는데, 막상 그 목록을 보니 그냥 뚱하다.

여튼.. 오늘 혜경이를 그렇게 배웅하고 혼자 돌아오는 길에 참 마음이 허하고 씁쓸하고 눈물이 나올 것같았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정말 조금만 슬퍼도 금방 울어버렸는데,

여기서는 우울해지고 슬퍼져서 내 감정을 제어못해 울어버리면 한도끝도 없을 것같은 그냥 무의식적으로 그걸 느끼고있어서,

울음을 본능적으로 참고있다. '울지말자'라고 한것도 아닌데, 울어버리면 내 우울함을 걷잡을 수 없을 거라는 걸 내 자신이 본능적으로 알고있어서, 딱히 운 적이 없다.

한국에서 그렇게 툭하면 툭하고 울어버렸던건, 그래도 받아줄 사람이 누군가라도 있고, 그렇게까지 힘들진 않았나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정말 힘들고 정말 슬프고 정말 우울하면 눈물이 메마른다.

심지어 슬픈영화를 보는데도, 눈물이 안나온다.

한국가서 그냥 마음놓고 정말 마음을 놓고 펑펑 울어보고싶다.

혜경이는 잘 가고 있으려나, 누가 떠날 때 여기애들은 다 'All the best'라고 한다.

그냥 식상한 표현일진 모르겠지만, 나도 혜경이한테 'All the best'라는 식상한 그 말을 해주고싶다.

너무 착하고 고마웠던 혜경이, 한국가서 푹쉬고 재밌게 지냈으면..

나도 얼른 한국에서 혜경이를 봤으면 좋겠다. 집에 가고싶구나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