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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딩/응답하라 2013

130915

여기 온 이래로 딱히 아프다거나 했던 적은 없었는데, 오늘 아침부터 왠지모르게 기운이 없더니 몸살이 도졌다.

한국가기 전까지 한번도 손댈 일이 없을 것 같았던 약봉투를 주섬주섬 꺼내어 감기약을 챙겨먹었다.

출국 이틀전날 몸살이 나서 급하게 처방받았던 그 약을 오늘 다시 먹게 됐다.

슬슬 춥길래 이불을 덮고 침대에 누웠는데, 갑자기 집이 그리웠다.

그냥 이렇게 아플 땐 우리집 침대에 누워서 세상모르게 편하게 자고 싶은데...

익숙해졌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아프게되니, 몇개월 지내왔던 기숙사방이 어색했다.

여튼 그렇게 약 두시간 반을 자고 일어났는데, 그래도 머리가 아프길래 열이 가득한 힘든 몸을 이끌고 혼자 수건을 물에 적셔서 머리 위에 올렸다.

타지에서 아프면 서럽다던데, 뭐 딱히 서럽다거나 슬프다거나 한건 없었지만은.. 그냥 집이 그리웠다.

여튼 그렇게 좀 누워있다가, 친구들에게 카톡으로 또 괜히 '몸살났다. 아프다 ㅜㅜ'라고 투정부리니

몸살났을 때는 아무것도 하지말고 그냥 쉬라는 친구들 말을 듣고, 공부할까라는 생각은 잠시 점어두고, 젖은 수건을 머리에 이고, mp4로 영화 한편을 봤다.

영화를 보다보니 몸이 슬슬 괜찮아졌는데, 열을 내리기위해 구석구석 젖은 수건으로 닦아냈던 몸에 남아있던 물기가 마르며 느껴지는 그 시원함이 좋았다.

그 물기가 말라가며 느껴지는 시원함과 함께 영화한편을 보고나니 몸이 거의 다 나았다.

90%정도 나았지만, 아직 10%는 낫지않아서 안정을 취해야할 것 같다라고 생각을 하면서 왠지 모르게 오늘 하려고 정해놓았던 일을 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렇게 책상에 앉아 공부를 시작했다.

딱히 집중을 했던 건 아니지만, 딴짓한번 안하고 후딱 오늘 해야할 일을 다 끝내버렸다.

아픈 와중에 오늘 할일을 다 끝냈다는 이 요상한 뿌듯함. 기분이 좋았다.

오늘은 아팠지만, 서럽고 슬픈날이라기보단, 몸에 물기가 말라가며 느껴지는 시원함과 간만에 느껴보는 이 여유로움이 좋았다.

사실 시간이야 많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영화한편 보기가 쉽지 않았었는데, 아프다는 명분?으로 여유를 찾고, 그 여유로움으로 간만에 영화한편을 보니 좋았다.

집이 그립긴 했지만, 그래도 이 좋은 기분덕분에 더 그리움의 감정에 빠져들지 않고 좋은 기분으로 하루의 끝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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