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이 날의 일기를 쓰네.
당일날 썼어야 그날의 심경을 온전히 담아냈을 수 있었을텐데...
여튼...
그렇게 고대했던 한달간의 면접 대장정이 '최종 탈락'으로 마무리 됐다.
음 사실 맨 마지막에 봤던 팀 면접은 내가 하고싶던 팀이 아니라 그런지 탈락을 했어도 그냥 그러려니...싶은데
오히려 내가 가고싶던 팀에 들어간 다른 사람들의 합격 소식이 더 내 맘을 아프게 만든다.
기회는 운명처럼 찾아온다는 말을 잘 믿지 않았다.
상반기에 이런저런 방황으로 고민이 많았을 때 발견하게 된 회사.
이게 운명인가 싶었는데 서류부터 탈락해서 속상하기도 많이 속상했고 운명은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딱 아카데미가 끝남과 동시에 시기적절하게 하반기 공고가 다시 떴다.
또 다시 이게 운명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혹여나.. 하는 마음으로 지원했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1차 합격.. 2차 합격.. 3차까지.. 계속 한단계 한단계 올라가는 내 자신이 너무나도 신기했다.
서류 통과 한 번도 못해본 내가 이렇게 합격문자를 많이 받아본 것도 너무 좋았고.. 하지만 내가 잘 했다는 생각보다 그냥 고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정말 난 겉만 번지르르한 사람인가 난 이리도 별 게 아닌 사람인가라는 생각들로 보냈던 1년 간의 우울함을 한 번에 없애주는 합격통보들이었다.
정말 별 거 아니지만 나에겐 멀게만 느껴졌던.. 내가 일을 한다는 그 자체가 서서히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에 기대가 참 많았다.
하지만 기대가 되면서도 발표가 나는 날까지 내내 '기대하지 말자'라는 생각을 되뇌었다.
'혹여나' 너무나도 속상해 할 나를 위해서...
그런데 최종 불합격 통보가 왔다.
사실 그 통보전화를 받는 그 순간은 별 감정이 없었다.
그런데 전화를 끊고 그냥 침대에 누우니 '아 이제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최선을 다한 이상 늘 미련은 없었는데, 난 분명 최선을 다한 것같은데.
내가 최선을 다하지 않았나? 라는 생각도 든다.
사실 면접은 처음이라 하면서도 부족한 점이 많이 느껴졌다. 하지만 백프로 완벽할 수는 없기에 그래도 부족함과 더불어 내 모든 최선은 다 했다고 생각했다.
최종에서 관계자 분이 말씀하신 것처럼 '여기서 부터는 운이다.'라는 말로 위로도 해보려고했는데,
내 부족함때문이라는 생각이 자꾸 날 힘들게 한다.
다들 이 경험을 발판 삼아 더 좋은 곳으로 가면 된다고 하는데,
그 좋은 곳은 대체 어디가 될 것이며 그 기회가 다시 온다는 보장이 있을까라는 자꾸 부정적인 생각만 든다.
그래도 그냥 다 끝났으니 좀 쉬려고 했는데...
마음편히 쉬지도 못한다.
자고 일어나면 자꾸 명치가 아프다.
그리고 아픈 명치를 붙잡고 깜깜한 방 안에 그냥 누워있자니 문 밖에 있는 엄마가 자꾸 마음에 쓰인다.
취업이 안되고 힘들수록 자꾸 엄마가 마음에 쓰인다.
인턴이 되면, 적은 월급이긴하지만 아빠가 내주던 핸드폰비도 이제 내가 낸다고 아빠한테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엄마아빠랑 할머니한테 맛있는 것도 사주려했다.
취직하면 그 때 맛있는 거 사주라며 항상 내 밥값을 대신 내주던 직장인 친구들에게 뭘 사줘야 하나 고민했다.
대학 졸업하고 5년 내내 쉬지 못했던, 놀더라도 마음편히 놀지 못했던 나 자신을 위해서 모든 걸 잠시나마 내려놓고 여행도 떠나려 했었다.
그리고 데이트 할 돈이 없어서 하지못했던 연애도 좀 하려 마음먹었더랬다.
후... 다시 또 물 건너갔네.
몇 년 지나면 어딘가에 취업해서 돈은 벌고 있긴하겠지.
그런데 내가 과연 만족하면서 행복하게 다니고 있으려나 모르겠다.
취업을 못하고 있으려나. 그러면 진짜 안되는데...
강다연님은 좋은 인재이고 다른 곳에서 더 좋은 역량을 펼칠 수 있을 거라던 불합격 전화.
에라이. 더 비참해진다. 뭐 그런 말을 하는 사람도 저 말이 위로가 안된다는 걸 알면서 하는 말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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