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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응답하라 2015

회..식..싫어

회식포비아라 오늘 하루 내키지않는 곳에 내 시간을 써야한다는 게 숨이 턱턱 막혔다.

집에 가고싶은 마음만 굴뚝.

어찌됐든 그냥 별로 내키지않아 내 얘길 하기보다 그냥 다들 뭔 얘길 하나 듣고만 있었다.

원래 공연기획을 하고싶었는데 박봉에 일이 너무 힘들어 다른 길로 돌렸다는 언니가

오늘 공연 전 셋팅 얘기가 나오자

'전 공연 전에 셋팅하고.. 그리고 공연하면 스피커 앞에서 심장이 뛰잖아요 그게 너무 설레요 그래서 내가 공연기획을 못놓는 이유에요.'라고

그냥 시끄러운 많은 사람들 말 속에 한 마디였을 뿐이고 이곳저곳이 시끄러워 묻힌 말이었지만,

언니의 말에서 언니의 마음이 느껴져서 생각이 많아졌다.

그래도 언니는 언니 스스로가 가슴 떨리는 일이 뭔지 아는구나.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아는구나. 좋아하지만 이런저런 상황때문에 방향을 돌렸든 아니면 아직 좋아서 마음속으로 놓지 못하고있든 그냥 내가 생각하면 설레는 게 뭔지 아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부러웠다.

버스타면서 내 가슴이 뛰는 일은 뭘까 생각해봤다.

생각해보면 방송장비만 보면 그냥 내가 방송에 나가는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는 그 자체가 날 많이 설레게 했다.

지나가다 방송국만 봐도 촬영장비만 봐도 설렜다.

그런데 요즘들어 내가 진심으로 설레는지 설레는 척 하는 건지 아니면 설레는데 설레지않는 척 하는건지 잘 모르겠다.

뭘 좋아하는지 뭐가 날 설레게 하는지 알고싶다.


그리고 오늘 같은 조원인 언니 두명이 술에 약간 취해 맘 속 얘길하는데 나때문에 약간의 갈등이 생긴 걸 봤다.

내가 조원 중에 제일 어려 내 주장을 맘대로 못펴고 있는 것같다는, 내 말을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그리고 나는 하고싶은게 많다는 욕심이 많다는 언니.

사실 난 내가 어려서 무슨 말을 못하는 게 아니라. 내가 그만큼 누굴 설득하고픈 의욕도 없고 그리고 내가 누굴 설득할만한 능력도 아직 없다. 그리고 의욕없는 나는 저렇게 욕심이 많아서 조가 잘 됐으면하고 계속 생각하는 한 언니를 힘들게 하고있다.

더군다나 아무 잘못도 없는 또 다른 언니는 혹시 나때문에 내가 그랬을까 하고 오늘 잠시나마 걱정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냥 난 아무런 의도도 없는데 그냥 내가 의욕없이 내 걱정에 빠져있는 것만으로도 누군가를 힘들게 하고있고 누군가의 욕심을 채워주지 못하고 있다.

그냥 존재만으로 피해가 될 수 있다는 말이 이런 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그냥 의욕이 없다. 내가 왜 그런지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겠다. 그냥 모르겠으니 딱히 뭘 해야할 하고싶은 생각도 없다. 그렇다.

이런 마음으로 그냥 답도 안나온채 언제 나올지도 모르는 답만 기다리고 있는게 맞는건지.

그리고 내가 여기서 왜 더 있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이러는 동안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주면서 그냥 있는게 맞는지 모르겠다.

여기 있는 게 맞는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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