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이 사진 속의 나는 지금의 나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리고 이렇게 편지가 왔다.
중학교 때도 한 번 수련회에서 미래의 나에게 편지를 쓰라고 한 적이 있다.
그 때 한창 외고간다고 난리를 치던 때라 외고에 들어가있을거라며 한껏 격려와 기대를 담아 편지를 썼는데,
1년 뒤 나는 처참하게 광탈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와 난 별 다를 게 없구나.
여전히 과거의 나에게 실망만 안겨주는 나이만 한 살 더먹은 나다.
현재의 나는 절대 우연으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과거의 순간순간이 모여서 필연적으로 생겨난 '나'라는데,
과거의 내가 어떤 순간순간을 살았길래 이리도 행복하지 않은지 원...
사실 중3때 말만 외고준비한다고 했지 사실 공부 별로 안했다..ㅎㅎ
중3때 쓴 편지를 받고 우울해 하던 고1의 나는 단연컨대 필연적 결과이다..ㅎㅎ
그래도 작년의 나는 음 나름 열심히 살았던 것같은데.......
정말 '나름'이겠지, 나의 기준에서 열심히 살았을 뿐...
여튼 그냥 과거의 나에게서 온 편지를 읽으며 많이 애틋하고 고마웠다.
취직했니, 돈 잘버니가 아닌 ''하고싶은일 하면서 행복하게 살고있니'라고 물어보는 과거의 나의 배려에 마음 한 켠이 찡해진다.
일기의 끝을 '내년 지금의 나는 무얼하고 있을까'라고 끝맺음 짓고 싶었는데,
항상 미래의 나를 기대하게 되면 이렇게 실망스러운 결과만 안겨줘서 선뜻 말을 꺼내기 무섭다.
그냥 하루하루 조금씩이라도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힝 작년에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썼는데 안행복해서 지금도 행복하다고 감히 바라기도 무섭다.
몰라 알아서 돼라~~~~~
이제부터 열심히 살테니 필연적으로 행복한 내가 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