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탈했다 광탈광탈
정식으로 인턴에 지원한 건 JTBC 다음으로 두번째인데..
사실 JTBC 인턴은 엄~청 하고싶다기보다 자소서를 제대로 써본 적이 처음이었기에 기대도 크게 하지않았을 뿐더러
내가 무언가를 지원해봤다는 것에 의의를 두었고
탈락했어도 내가 자소서를 써봤다, 뭔갈 지원해봤다라는 경험 자체에서 얻은 게 많아 충격이 크진않았다.
하지만 이번 마이크임팩트 탈락은 충격이 크다.
충격이 크다라고 표현하기보다 많이 속상하고 허탈하다.
마이크임팩트에서 문자가 오자마자 손으로 가려버렸다. 혹여나 탈락문자면 너무 속상하니까.
손으로 재빨리 가리고 보지않으려 했는데 모르고 몇 단어를 봐버렸다.
내가 본 단어는 '진심으로'...
음... 진심으로라는 단어가 포함된 이 문자는 합격문자일까 불합격문자일까 되게 많이 추측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진심으로'라는 단어는 불합격 문자에 적합한 단어였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쉽게도 불합격입니다.'
합격 문자에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라는 건 별로 본 적이 없는 것같다..
그래도 계속 아니라며 현실부정을 하고있었는데..
혼자보긴 무서워서 은혜에게 마침 건네줄 책도있고 해서 은혜랑 지하철에서 만나 확인을 했다.
불합격.... 옆에 은혜라도 있어줘서 정말 다행이다.
혼자 확인했으면 얼마나 속상하고 비참했을지...
은혜가 '내가 떡볶이 사줄게'라고 했다. 장난으로 'ㅋㅋㅋ ㅠㅠ 동정하지마'라고 했더니 은혜가 '아니야! 난 너가 합격해도 기쁜 마음으로 떡볶이를 사줬을거야!'라고 했다.
불합격 문자를 확인하고 은혜랑 어쩌면 합격기념이 됐을지도 모를 떡볶이를 진탕 먹었다..
아쉽게도 위로의 떡볶이가 되어버린 이 떡볶이를 사준 은혜가 정말이지 고맙다.
한창 우울하고 평생 이렇게만 살 것같아 답답할 때 발견했던 이 회사..
왜 이 회사에 들어가고싶냐 물으면 솔직히 '그냥'이었다.
사실 내가 왜 이 회사에 들어가고싶냐라는 정확한 이유를 찾지 못했던 게 아마 탈락의 한 이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뭐라 딱 한줄로 정의내릴 수는 없지만..
그냥.. 내가 어떤 문화를 기획하고 만들어낸다는 게 참 재밌어보였다..
그리고 그 대상이 청춘이라는 것도.. 대학생활이후 청춘을 잃은 것같은 기분이었는데..
이 회사라면 그냥 내 청춘을 연명할 수 있을 것같은 기분..
아 정말 그냥 나는 내 짧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느끼건데, 난 '~~을 이뤄야지'라는 목적 자체가 있기보다
목적은 딱히 없어도 재미있으면 어찌됐든 결과가 늘 좋았던 것같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생각해보면 목적이랄 건 없지만 내가 재미있게 일을 할 수 있을것만같았다.
이런 나만 아는 추상적인 느낌을 설명하려하니.. 당연히 설명이 안되고.. 그래서 떨어졌겠지..?
자소서를 어떻게 쓸까 참 고민도 많이했다.
고민을 너무 많이 하니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원래 뭐 하나 큰 일이 있으면 다른 자잘한 일에 신경을 못쓰는 스타일이라
이것저것 이 큰 일 하나를 위해 자잘하게 포기한 것들도 많고 (물론 큰 것도 포기한 것이 있다.)
결국엔 자소서를 영상으로 만들어내기로 했는데..
그냥 다음팟 인코더로 영상 자르고 붙이기만 해봤지 이렇게 영상 하나를 기획-촬영-편집까지 오롯이 혼자 한 것도 처음이었다...
자소서 마감 며칠 전까지도 기획을 엎고 엎어 결국 만들긴했는데..
웃음을 잡자니 진정성이 떨어지고, 진정성을 살리자니 노잼영상이 됐다.
둘 사이에서 저울질하다보니 결국엔 웃음도 없고 진정성도 없는 의미없는 씹노잼 영상이 탄생했다.
그래도 제출 당시에는 밤을 새고 혼자 그렇게나 고민하고 만들어낸 영상이라 '내가 결과물을 만들어내긴했다!'라는 성취감이라도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남들이 보면 그저 회사 하나 지원하고자 자소서쓴 것에 불과하지만,
난 무척이나 간절했기 때문에 고민도 많이했고 처음으로 무언가를 시도했기때문에 배운 것도 참많다.
하지만 얻은 것만큼이나 포기한 것들도 컸기때문에 미련이 남고 후회가 남는 건 어쩔 수가없다.
지금 생각해보면 될지 안될지도 모르는 이 인턴지원때문에 그렇게나 듣고싶던 독다큐수업을 포기하고, 좋은 사장님의 꿀일자리도 포기했다.
그 당시에는 그래도 '내가 정말 하고싶은 것들이지만 이 회사에 지원 안하면 미련이 남을 것같으니 과감히 포기하자!'라는 마음이었는데... 결과는 세개 다 잃었다...
사실 1차가 통과하면 2차로 오디션 준비를 해야하기때문에 머릿속으로 부담도 많이 됐었는데..
오디션 기회가 없어지니 그 부분에서는 마음이 편하다.
그런데 이렇게.. 할 일이 없어서 마음이 편한 건 싫다..
차라리 약간의 불안함과 부담이 있을지언정 내가 할 일이 있는 게 좋다...
아 이제 뭐하지...
진짜 인생 자체가 계획대로 되지않는것이고, 그 불확실함 속에서 항상 더 나은 선택을하고 노력을 해야하는 건데..
내 예상대로 되지않으면 그냥 가던 길에서 길잃은 기분이다.. 그냥 멈춰버리게된다.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 이제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하나.
그래도 계속 며칠 전부터 혹여나 떨어지게되면 내 자신이 엄청나게 속상하고 실망할 것에 대비해 스스로를 예방시켜왔다.
'결과가 좋지않더라도 이 과정속에서 많은 걸 배웠다. 실망하지마라.'라며..
다행히도 스스로를 많이 다독여왔던 탓인지 속상하긴해도 진짜 그 우울감에서 못빠져나올 정도는 아니네..
다만 길을 잃었을뿐... 그래도 그동안 계속 나를 쪼여와서 여유가 많이 없었는데... 약간의 여유는 생긴듯하다.
이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찾아봐야지....
수고했어 수고했어 수고했어..
아! 그리고 영상찍는다고 영상을 보내왔던 내 친구들, 가족들, 언니, 오빠.. 피곤한데도 계속 도와줬던 예지.. 다들 하나하나 정말 많이 고맙다..
영상만들기 위해서 보내달라했던 영상이었지만 영상들보면서 괜히 마음이 따뜻해졌다.
내 곁에 이렇게 좋은 사람이 많으니 힘내자! 얼른 잘 돼서 저렇게 좋은 사람들한테 하나하나 다 갚을 수 있는 도움될 수있는 사람이 돼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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