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오늘, 지금 이시간대.
나는 편집을 하다 저팔계에서 소주와 삼겹살을 먹고 들어와
우리집에서 소주를 갖고나오다 소주병을 깰 정도로
그렇게 취해 신문사에서 그 날 처음 본 동생들과 그리고 신문사 친구들과
막걸리를 거하게 마셨다.
비틀비틀거린 채로 풋살장가는 길에 있는, 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어떻게 만났는지도 기억이 안 나는 너와
벤치에 앉아 과잠하나로 추위를 달랬던 기억이 난다.
지나가다 동생들도 보았다는데, 그것도 기억안나는 나.
가는 길에 손도 잡았나.. 바짝붙어 가던 너
집앞에서 우리 어떤 사이인지 모르겠다는 너
장난으로 어떻게할까 말까라며
결국 알았다고 대답하고 그냥 들어가기 싫어
빵집 앞 의자에 앉아 이 얘기 저 얘기 하고
내 어깨에 기대기도 했던 너.
그러다 포카리스웨트도 사먹었다는데..
기억엔 없지만 남은 건 영수증 뿐..
하여튼 그렇게 설레는 새벽을 보냈던 나는
일년이 지난 지금 이렇게나 희미해진 기억을 더듬으며 하나하나 글로 옮기고 있다.
내가 이렇게 하나하나 일년 전의 기억 속을 더듬으며 기록해 놓는 이유는.
그렇게나 설레고 행복했던 순간이 희미해져버리는 게 싫기 때문이다.
이렇게 희미해질 줄은 정말 몰랐다.
힘들어서 그만 좀 잊고싶은데 안 잊혀졌었던 순간도 있었지만,
사실 지금 이렇게 잊기싫어 한글자 한글자 새기고있는 내 자신을 보면
그 때 나는 잊지 못한 것보다 그 소중했던 순간들이 잊혀지는 게 무척이나 싫었나보다.
참 그 소중한 순간을 '작년 오늘'이라는 말과 '벌써 일년'이라는 단어 하나로 표현해버리는 것이 싫다.
그래서 시간이 가는 게 너무나도 싫었다.
정말 별 거 아닌 수천 수만날 중에 하루이지만,
나는 이렇게나 기억을 한다.
순간을 기억 속에 저장하는 중요도는 다르겠지만 나에게 작년 오늘은 이렇게나 소중했던 날이기에,
6월이란 말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는데 너는 어떻니
그래도 한 번쯤은 '작년 오늘엔 내가 뭐 했을까'생각해봤으면 좋겠는데.
네 기억 속에 그 순간이 죽어있는 과거가 아니라 그래도 조금은 살아있었으면 좋겠는데.
여튼 참 고마웁다. 이렇게나 6월을 떨리면 설렜던 순간이 있어서. 그렇게 만들어줘서.
(사실 그렇게 그 순간을 아름답게 만든 건 너가 아니라 내가 그렇게 기억하는 거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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