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서울 온 지 처음으로 자전거를 꺼냈다.
은혜와 급산책데이트를 하며 봉제산공원도 거닐다가.. 동네도 거닐다가.. 아이스크림도 먹다가.. 초등학교도 갔다가..
그리고 은혜에게 줄 게 생겨서 우리집에 잠깐 들린 김에 자전거를 꺼내 내왔다.
허.. 이런 식으로 자전거를 처음 꺼내게 될 줄 몰랐는데.. 정말 오랜만에 꺼낸 자전거라 순간 비밀번호도 까먹어서 자물쇠도 못 풀뻔했다..;
그렇게나 작년 2학기 내내 잠궜다 풀었다를 짐작하기로 백번도 넘게 반복했던 자물쇠인데 왜 갑자기 비밀번호가 생각이 안나는 건지 원...
그래도 다행히 무의식 속에 비밀번호가 남아있는지 자물쇠를 풀었다..
여튼 어딜갈까 하다가 볏골공원을 가기로했다.. 볏골공원 벤치에 앉아 자전거를 옆에 세워두고 은혜랑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한 남자아이가 다가오더니 '저 이거 한번 타봐도 돼요?'라고 물었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당황스럽기도 하고 이게 뭐라고 이걸 타보고 싶어하는 남자아이도 귀엽고해서 선뜻 자전거를 내어 주었다.
말은 선뜻이라 했어도 사실 자전거 타는 걸 보며 '저대로 집에 가버리는 거 아냐?ㅠㅠ'라는 걱정을 잠깐 하긴했지만..
다행히도 정말 순수하게 자전거가 타보고싶었던 아이였나보다.
첫번째 남자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니 또 다른 남자아이가 '우와 저도 타봐도 돼요?'라고 또 물어왔다.
뭔가 내 자전거가 인정받는 느낌도 늘고 ^____^ㅋㅋㅋㅋㅋ 귀엽기도 하고 해서 '맘대로 타~'라며 엄마미소를 지으며 자전거 타는 남자아이를 바라봤다.
그렇게 그 남자아이는 자전거를 타고 공원 몇바퀴를 돌고 돌아와 자전거에 내려서 우리 근처를 서성이며 남자아이는 계속 말을 걸어왔다.
사실 우리가 먼저 말을 걸긴했는데 남자아이도 이 대화가 나쁘진 않았는지 우리랑 몇분동안이나 계속 대화를 이어갔다.
너는 몇학년이니, 어디초등학교니, 중학교는 어디가니, 꿈이 뭐니... 등등을 물었다.
물어보니 2003년생이란다. 놀라서 '너 주민등록번호 뒷자리 3으로 시작해?'라고 물으니 그렇단다.
우와 내가 이런 애랑 지금 마주앉아서 말을 섞고있다니 신기하기만했다.
그리고 9살 차이나 나는 아이와의 대화는 신기하게도 꽤 재밌었다.
요즘애들은 무슨 생각으로 지내는지 뭘 좋아하는지.. 등등.. 재밌었다 정말.ㅎㅎㅎ
그 남자아이와 얘기를 나누면서 공원에서 놀고있는 아이들의 행동, 대화를 천천히 관찰했는데, 재밌어보였다.
'아 내가 어렸을 때 이 재미로 놀이터에 왔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낙엽만 굴러가도 웃던 때를 요즘 잠시 잃어버렸는데, 놀이터에서 아이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있자니 그냥 하나하나가 웃기고 재밌었다.
스스럼없이 '야~~ 너네오빠 오줌싸!'라고 말하는 여자아이도 웃겼고 ㅋㅋㅋㅋㅋㅋ
여튼.. 나도 자전거에 대해서 초딩남자아이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ㅋㅋㅋㅋ 애들이 타고있는 에스보드도 빌려서 타보고 ㅎㅎ
그렇게 정말 처음보는 아이들과 스스럼없이 대화하며 놀다가 시간이 돼서 집에 가야했는데,
'누나 집에 간다~'라고 하니까 '누나 번호 알려줘요~'라며 남자아이가 나를 붙잡았다.
나중에 볏골공원에서 또 만나면 아이스크림이라도 사주겠다고 약속했는데,기약없는 그 약속이 왠지 아쉬웠나보다. ㅎㅎ
그래서 번호를 찍어주고 '카톡해~'라며 공원을 떠났다.
생각해보니 오늘이 어린이날이었는데, 참 어린이날다운 어린이날을 보낸듯하다.
그리고 집에 가는길에 고장났던 브레이크나 고칠까하고 근처 자전거숍을 찾았다.
주인아저씨가 어슬렁어슬렁 자전거를 보시더니 '이거 고치는거 뭐든 손 한번 대면 5000원은 내야돼! 그런데 아가씨 이쁘니까 공짜로 해줄게!'라고 하셨다.
ㅋㅋㅋㅋ 뭐 서비스인 것 같지만, 알면서도 참 '예쁘니까'라는 말은 언제든지 듣기 좋다.
며칠 전만해도 지선이랑 얘기하면서 '사는 게 재미없다. 뭐 재미있는 일 없나.'라고 투정부렸는데, 오늘 정말 간만에 재밌는 일이 생겼다.
그래 이렇게 사는 재미지..ㅎㅎ 오늘 정말 재밌었다!! ㅎㅎ 오늘의 운세는 보지 못했지만 아마 오늘 나의 행운의 아이템은 자전거가 아니었을까?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