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마지막 날이자 황금연휴의 시작.
원래 집순이이긴 하지만 요즘들어 더욱이 유일한 행복은 그저 방안에 쳐박혀서 가~만히 쉬는거였는데,
오늘 따라 밤중 한잔의 맥주로 연휴를 시작하고 싶어서 친구들을 소집했다.
오늘과 같은 날에 야근을 하는 지선이 ㅠ_ㅠ와 화곡역 오빠닭에서 접선했다.
요즘 딱히 내 얘기를 터놓을 일도 터놓고 싶은 맘도 그리고 내 똘기를 발산할 일도 마음도 없었기에 오래간만에 친구랑 맥주한잔하면서 맘껏 똘기 뿜어내며 수다나 떨어야겠다 생각했는데..
막상 만나니 할말이 없었다.
할말이 없다는 말인 즉슨 친구랑 있는게 재미없고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말이 아니라 진짜 할 말이 없었다..
굳이 할 말이 있다면 늘 해왔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나 어떻게 해야하냐. 힘들다.' 나도 남도 우울해지는 그런 얘기..
그런 얘기빼고 할 말이라면 딱히 친구에게 들려줄 새로운 일들도 재밌는 일들도 없어서 할 말이, 이야기할 소재가 없었다.
늘 만나면 해왔던 추억팔이도 이제 다 써먹어버렸고 굳이 꺼내보려 노력한 추억도 이제 시간이 지나 희미해져서 잘 생각도 안난다.
그래서 꺼낸 이야기가 '요즘 사는 게 진짜 왜이렇게 재미가 없냐.'
생각해보면 대학다닐 때도 그리 특별한 일들만 있었던 건 아니다.
그저 수업가고 점심시간에 밥먹고 다시 수업가고 알바하고 집오고.. 주말되면 늦잠자고 밀렸던 예능보고..
지금과 다르게 수업마다 만나는 사람도 다르고 알바도 하고 지금보다는 약간의 변동이 있는 하루여서 그런가..
고등학교 때는 틀에 박힌 일정이 지금보다 더 심했는데 그때도 그때 나름의 재미가 있었는데 지금은 왜 이럴까...
사는 게 재미가 없다.
힘들고 우울할 때 굳이 이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하기보다 그 상황자체에 갇혀있으려하는 스타일이라 그런가.
그냥 갇혀있다보니 새로운 일이 없다.
그렇다고 뭐 새로운 일을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다.
지금 이 상황 하루하루 버티기..?도 힘든 그냥 그런 날들이다.
여튼 재미가 없다. 사는 게. 그래서 지선이에게 "아 그럼 사는 게 재밌으려면 어떻게 해야돼?"라고 물었더니 "연애를 해야돼"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하긴.. 연애했을 때는 딱히 데이트를 하진 않아도 하루하루 리듬이 일직선만은 아닌 미세한 파동이라도 늘 있었던 듯하다..
예전에는 그냥 외로워서 심심해서 연애를 하고싶었는데 요즘에는 의지할 데가 필요해서 연애가 하고싶다.
근데 뭐 내 남자친구가 사회복지사도 아니고.. 힘든거 받아주려고 연애하는 것도 웃기고
그냥 빨리 내가 행복해져서 내 행복을 나눌 수 있는 사람 그런 연애를 해야지...
그런데 연애할 수 있을까....? 이래 살다간 결혼 전까지 제대로 된 연애도 못해보고 결혼할 것같아 무섭다 8ㅅ8
아 이런 사는 게 재미없다는 얘기만 지선이랑 단둘이 몇시간을 했다..
난 분명 '친구들'을 소집했는데..어찌... 지선이랑 나랑만 있는지...
그러다가 11시가 다 돼서야 은혜가 오고.. 셋이 잠시 얘기하다가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뭔가 잼나게 한바탕 수다떨고 개운한 마음으로 돌아오고싶었는데.. 뭔가 한바탕한 느낌이 아니라.. 흠...
에휴 빨리 지선이나 나나 내 친구들 모두 다 재밌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예전에는 그냥 크게 뭐라도 하나 이루는 게 꿈이었는데 이제는 그저 행복하고 재밌고 삶이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