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아버님이 돌아가셨다.
늘 그 친구 성격이 그랬듯.
담담하게 침착하게 말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여러모로 남들과 같은 상황은 아니어서 감히 짐작하긴 힘든 친구의 마음상태였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어떻게 위로해야할지 무슨 말을 꺼내야할지 도저히 모르겠어서 답답했다.
예전에는 모든 것이 서툴러도 좋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내가 이 상황에서 어떤 말을 해야 친구에게 위로가 될지 모르는 서투른 내 자신이 너무 답답했다.
그저 괜찮냐.. 힘내라.. 힘들면 언제든지 연락해라.. 이런 상투적인 위로밖에 건넬 수 없어 미안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친구에게 고마웠다.
이런 상황을 우리에게 말해주는 친구가.. 그냥 고마웠다.
그리고 친구를 통해 조의금을 전달하고 오늘 저녁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고맙다고. 전화기너머 친구의 목소리는 평소와 같이 밝았다. 원래 슬퍼도 기뻐도 크게 감정에 동요하지 않는 친구라 그 친구의 성격이 오늘같은 순간에도 발했다.
그런데 또 다시 답답했다. 밝게 말하는 친구의 목소리에서 진짜 괜찮은건지 괜찮은 척하는건지 알 수 없는 내 자신이 또 답답했다.
힘들면 힘든만큼 한껏 위로해줄텐데.. 얼만큼 위로해줘야할지 모르겠어서 답답했다..
힘든건 친군데 왜 내가 눈물이 나오려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친구가 보고싶었다.
늘 나는 내가 힘들 때 친구가 보고싶었는데 살면서 처음으로 친구가 힘들어하니까 친구가 너무나 보고싶었다.
힘내라는 상투적인 말 한마디라도 얼굴보며 건네고싶었다.
그냥 한번 안아주며 토닥여주고싶었다.
정말 많이 보고싶고 정말 많이 위로해주고싶은데, 지금 이 순간 감히 힘내라는 말 한마디조차도 친구에게 누가 될까.
친구의 전화에 '아니야 뭘.. 잘 정리해..'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전화하면 이얘기 저얘기 별얘기 다 하는 난데, 오늘은 그냥 진짜 무슨 말 한마디한마디가 조심스러웠다.
그리고 또 다시 친구가 보고싶다.
친구가 많이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친구가 힘냈으면 괜찮았으면 좋겠다.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