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이 끝나고 집에오는데 그냥 빨리 집에 갔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역에서 나와 집까지 걸어가는데 그냥 아 빨리 집에갔으면 빨리 침대에 폭 누워있고만 싶었다.
디렉터 스쿨 면접을 봤다.
어제저녁 부랴부랴 필기시험지를 작성하고 면접준비를 했다.
나올만한 질문에 대답을 달달외워갔다.
그냥 외운대답만 잘하면, 긴장만 안하면 무난할 것이라 생각했다.
거의 두시간정도의 기다림 끝에 내 면접시간이 왔다.
인상깊었던 프로그램, PD의 덕목.. 무난했다. 대답도 잘했다. 아 괜찮겠구나 생각했는데..
이어지는 질문 속에서 면접관들이 나에 대해 흥미가 전혀 없음을 느꼈다.
제주도에서 올라온 지원자, 방송경력이 꽤 있는 지원자, 좋은 학벌에 직장생활을 하다가 서른이 다돼서 지원한 지원자..
그 속에서 나는 그냥 들러리인 기분이었다..
겨우 받았던 질문 하나에도 그저 평범한 대답밖에 하지 못했다..
남들앞에서 말하는 자체에 긴장을 많이 하는 나는 그냥 긴장만 하지않고 무난하게 떨지않고 대답만 하면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피디가 왜 되고 싶은지 나의 진정성을 적극적으로 어필해야했고, 거기에 따로 방송관력 경력이 아니더라도 PD를 위해 준비했던 내 대학생활을 적극적으로 어필했어야 했다..
후자는 둘째치고 전자는 정말 많이 아쉬웠다.
내가 진정성이 없다고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렸을적부터 꿈꿔왔던 정말 소중했던 내 꿈이었고, 스스로도 불안함이 많았지만 수많은 과정을 거쳐가며 확고히 놓지않고 잡아왔던 꿈이었다.
그냥 한번 해볼까했던 꿈이었으면 아쉬움도 안 남았을테지만, 정말 간절히 하고싶었던 것이었기에 내 면접이 너무나 아쉬웠다.
나는 돋보이지 않았던 지원자였지만 혹시나 조금이라도 면접관분들이 내 진정성을 알아주시고 기회를 한번 줘볼까라고 생각하면 진짜 진짜 너무 좋겠다.
그리고 아쉬움이 남았던 한편 배울 것이, 생각해볼 것이 참 많았던 면접이었다.
면접관분들은 다른 면접처럼 이건 틀리고 이건 아니야라고 해버리는 면접이 아니라 이 면접을 통해서 지원자들이 배워나갔으면 좋겠다며 이것저것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특히나 김태기 원장님께서 하신 말씀이 정말 마음에 폭 담긴다.
우리가 자기가 뭘 잘한다고 뭐가 틀리고 뭐가 틀리다라고 말하는 사람보다 겸손한 사람을 원한다고..
기술이 있는 인재가 아니라 실력있는 '반듯한' 인재를 원한다고 하셨다.
'반듯한' 사람이 PD가 되셨으면 한다고 하셨다.
거기서 한 지원자 분이 '실력있는 반듯한 인재.. 반듯하면 자생력이 있습니까?'라고 물었더니 바로 원장님이 '그럼'이라고 바로 대답해주셨다.
거기에 다른 면접관분도 '그렇게 살다보면 길이 열려요'라고 하셨다..
꼭 PD가 아니더라도 살아가면서 정말 마음에 새기고 싶은 말이다..
실력있는 '반듯한' 인재..
아직 사회에 제대로 발을 들여놓은 것이 아니라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24년이라는 길다면길고 짧다면 짧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참 별별 사람을 다 봤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사회적 지위, 명성이 있는데도 자신이 그 위치에 있다는 이유로 무시하고, 그리고 조금 더 빨리 가고자 남 생각 안하고 살아가는 사람도 봤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저정도 위치에 가려면 저렇게 사람들에게 상처주면서 살아가야하는건가라는 생각도 많이 했다.
하지만 오늘 그 면접에서 살아가야할 방법을 배웠다.
'반듯하게' 그렇게 살고싶다..
실력은 당연한 힘이 되지만, 거기에 엄청난 시너지효과로 더 큰 힘을 실어주는 건 바로 '반듯함'일듯하다..
후 근데 진짜 반듯함이라면 정말 나라고 지금이라도 가서 소리치고 싶다 ㅠㅠ..
여튼 진짜 아쉬움이 많이 남는 면접이다..
정말 그냥 술 한잔하면서 내 얘기 주저리주저리 해대고싶지만..
면접은 그런게 아니라는 걸 이번에 절실히 깨달았다.
짧은 시간안에 면접관들에게 그 마음이 전해질 수 있도록 임팩트 있게 진정성을 어필해야했고,
나에대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여러가지 것들을 어필해야한다는 걸 느꼈다..
어떤 PD님의 합격 수기를 읽었는데, 가장 중요한 건 진실성이라고 하셨다.
그냥 나는 합격 수기를 읽은 것도 면접에서 어떻게 말할까 공부하기 위해 그저 스킬을 읽히기 위해서 본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 스킬은 둘째치고 '진정성은 통한다' 이게 어떤 곳에서도 다 통하는 최고의 스킬인 것같다..
오늘 면접을 통해서 내가 그렇게 그저 그런 형식적인 대답만 늘어놨던 건 아직 내가 내 꿈을 그렇게나 사랑해주지 못했던 것 때문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에 내 꿈에게 미안했다..
면접을 보고 내려가는 엘레베이터 안에서 면접관 분을 만났는데 진짜 하고싶냐고 재밌게 할수 있냐고 여쭤보셨다..
아마 그냥 엘레베이터 안에서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하신 질문이었던 것같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 엘레베이터를 내려가는 짧은 순간에 4학년 여름방학때 방송국 실습을 했었는데 그때 제 꿈에 대한 확신을 가졌다고 했다..
그냥 너무 우울해서 힘도 안나고 그조차도 별 임팩트 없었을 것같지만..
어휴 놓아야 잡힌다고 하는데.. 오늘만큼은 진짜 못 놓겠다.. 정말 합격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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