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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딩/응답하라 2013

20131029

초등학교 6학년 여름방학, 국토종단을 했을 때 그냥 뭣도 모르고 아무생각 없이 갔다가

너무 힘들어서 그냥 집에 가버릴까 생각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냥 길을 걷다 지나가는 차들만 보면 그냥 멈춰세워서 나 좀 집에 데려달라고 하고싶었다.


딱 지금이 그렇다.

그냥 뭣도 모르고 아무생각 없이 왔다가 생각치도 못한 것들에 너무 힘들어서 집에 가버릴까 생각한 적도 수없이 많았다.

도망쳐버릴까 싶다가도 내가 바다로 태평양을 건너지 않는 이상 도망치기도 힘들다는 걸 깨닫고 꾹꾹 참아왔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쳐들어 하늘을 보는데, 지나가는 비행기들이 보이면 '아 저거 잡아서 타고 집에가고싶다' 라고 생각한 적 또한 수만번.


그 때는 딱 15일만 참는 것도 힘들었고, 그래도 자동차만 잡아타면 집에 갈 수 있었는데.

지금은 15일의 약 20배정도를 나날을 버텨야 하고, 도망치려면 비행기까지 잡아타야하니 스케일이 많이 커졌다.

내가 그 때 이후로 약 10년정도 지났으니.. 감당해야할 힘듦의 스케일도 지나온 시간만 커졌다는 의미겠지.


또 지금으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이것쯤은 별것도 아닌 스케일의 힘듦이 찾아오려나.

지금 이것쯤은 아무것도 아닌 그런 날이 오려나.


그래도 돌아보면, 국토종단 그 15일이 끝나고 집에 왔을 때는 그냥 집마루에 누워만있어도, 책상에 앉아만 있어도, 엄마아빠랑 같이 밥만 먹어도 행복했었는데..

그때보다 힘듦의 크기가 이렇게 커진만큼, 내가 이 날들을 지내고 집으로 돌아갔을 때는 집에서 느끼는 사소함의 행복도 그때보다 훨씬 커져있겠지.

늘, 힘든만큼 돌아간 뒤에 더 행복할 거라며 하루하루 수도없이 요동치는 내 마음을 다잡는다.


몇개월 전만해도 반이상이 남은 달력들을 보다 '아 11월만 돼도 거의 다 한 것 같은 기분이겠다'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11월이 다가와도 전혀 아무렇지 않다. 그냥 '아 11월이네' 정도...

전역이 얼마 안남은 군인친구들이 '제대가 며칠 안남으니 시간이 더 안간다'라고 했을 때 공감이 안갔는데,

이제 조금 공감이 간다. 여기 온 이후로 그 전에는 이해못했던 군대 내의 명언들을 하나하나 마음깊이 공감하는 중.


오늘은 D-74일. 뭐 그리 적게 남은 것도 아니지만, 2월이 펼쳐있던 달력을 보던 그 날을 생각하면, 이것쯤이야...

하지만 그때와 비교해보면 그렇긴한데... 막상 또 '그래서 시간이 얼마 안남았지?' 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아니'라는 대답이 바로 나온다...; 


이번년도 시작하면서부터 끝날 때까지 주욱 하고있는 생각. '시간아 빨리가라.' 

오늘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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