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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딩/응답하라 2013

태국에서의 따뜻한 마음.

태국에 와서 하루하루 기록을 남겨야겠다 생각했지만

하루 일정에 매번 지쳐 잠들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다시 블로그를 켠 이유는

오늘 받았던 이 따뜻한 마음때문.

방콕에 있는동안 '아 오늘은 여길 다녀왔네'라는 마음보다,

이렇게 사람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안고 숙소로 돌아오는 밤은 처음이었다.

오늘은 매끌렁 위험한 시장다녀왔다.

기찻길에서 그 더운 날씨에 장사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사람들.

그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띈 분은 시장 첫번째 끄트머리에서 천막도 없이, 목도 좋지 않은 곳에서 몇가지의 과일을 팔고 계시는 할머니.

워낙 뭔가를 사는 걸 좋아하지는 않는지라. 시장이지만 그냥 구경에 의의를 둬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과일을 팔고계시는 할머니를 뵈니, 갑자기 원래 좋아하던 망고스틴이 갑자기 더 먹고싶어졌었다.

시장을 돌아보면서 많은 망고스틴을 파는 상인들을 봤지만, 왠지 꼭 그 할머니께 망고스틴을 사고싶었다.

굳이 시장 첫번째까지 돌아와서 20바트를 건네며 망고스틴을 달라고 했는데,

분명 그 전까지만 해도 떙볕에서 힘들어하시며 허리를 숙이고 계시던 할머니께서 웃으시면서,

끊임없이 망고스틴을 담아주셨다.

정말 상대방이 웃는걸보니 나까지 기분이 좋아진다라는 이 식상한 말이 이럴 떄 쓰이는건가 싶었다.

늘 물건을 사고나서 감사합니다를 건네고 나오는 나지만,

오늘 망고스틴을 사고나서 할머니께 건넨 '감사합니다''Thank you''코쿤카'는 할머니의 미소에서 받은 그 따뜻함에 대한 진심을 담은 '감사합니다'였다.

그렇게 돌아서려고 하는 순간, 할머니께서 리치 두개를 급히 건네셨다.

정말 '감사했다' 단지 그냥 물건 몇개 더 받아서 감사한게 아니라 그냥 그 마음이 너무너무 감사했다.

그렇게 봉지에 듬뿍담긴 망고스틴을 들고 차에 탔는데, '아 팁이라도 드릴걸'하는 마음이 들었다.

할머니의 그 마음에 대한 보답을 감히 '팁'이라고 표현하기도 죄송하지만,

내가 지불한 대가에 비해서 더 많은 것을 받았을 때, 답례로 주는 것이 '팁'이라고 칭한다면,

나는 그 '팁'을 감히 그 태국 할머니께 드리고싶었다.

그렇게 땡볕에서 고생하시는데도, 그 20바트, 800원에 그렇게나 많은 걸 주는 장사라면,

할머니의 고생에 비해 덜받는 보상들을 채워드리고싶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저렇게 순수하게 아무런 계산없이 그저 내가 한만큼 벌고, 받은만큼 주시는 할머니를 보며,

도대체 한만큼 얻고, 받은만큼 주고, 주는만큼 받는 것을 부정하는 순수하지 못한 사람에 대한 화가 났다.

그 사람들은 직접 자기가 피해를 가하는 사람들에게도 가해자이지만, 이렇게 순수하게 사는 사람들에게도 가해자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할머니를 보며 정말 '순수함'이란 이런거였구나,

사전에서 글씨로만 내려진 정의가 아니라 정말 '순수'라는 것에 대해 온 마음을 직접 느낄 수 있는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이었다.


그리고 두번쨰로 만난 따뜻한 마음.

태국에서 계속 택시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워낙 태국 택시사기에 대한 글을 많이 본지라, 어제저녁부터 그 저녁에 카오산로드에서 숙소까지 어떻게 돌아올까 고민이었다.

수상시장에서 카오산로드로 돌아와 잠시 맥도날드에 들려, 지도를 보며 버스 노선을 살펴본 후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그렇게 버스를 기다리다 내가 타려던 버스가 도착하고 버스의 행선지를 물으려 버스로 향했는데, 버스가 눈앞에서 떠나가버렸다.

지도를보며 한숨을 쉬고 다시 정류장으로 돌아왔는데, 전부터 정류장에 서있던 교복입은 여학생 2명, 남학생 한명이 어디로 가냐고 물었다.

아속역이나 씨암역을 간다니까, 지도를 직접 살펴보며 지나가던 오토바이 택시기사에게도 물어봐주고, 나중에는 어디에 전화를 걸어 계속 도와주려고 했다.

정말 도와주려는 게 눈에 계속 보였다.

서로 말도 잘 안통하는데, 끝까지 물어봐주고, 도와주려하고,

한 여학생은 공책을 한장 찢어서 버스기사에게 보여주라며 태국어로 뭔가를 적어서 줬다.

진짜 너무 고마웠다.

그리고 버스한대가 도착하고, 세명이 전부 버스로가서 물어봐주고, 나보고 이 버스를 타면된다고 알려줬다.

그렇게 급히 버스를 타고, 학생들이 손을 흔들어줬다. 나도 손을 흔들어주고, 자리에 다시 앉아 손을 흔들어줬다.

오늘은 정말 형식적이고 식상했던 것의 진심어린 의미를 찾는 날이다.

정말 진심으로 잘가라고 고맙다고 손을 흔들어줬다.

순간 '아 사진이라도 찍어놓을걸''연락처라도 물어볼걸'했는데,

이미 떠나간 버스 어찌할 수도 없고, '아 내가 저 고마운 학생들을 위해 대체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정말 진심으로 저 학생들이 앞으로 하는 모든일이 다 잘되고 행복하길 바라야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고, 정말 그걸 바랐다.


그리고 버스에 타서 버스 안내양언니에게 아까 여학생이 준 종이를 보여주며 '이곳에 도착하면 말해달라'라는 부탁을 하니, 버스 안내양이 알았다고 했다.

그리고 나를 버스기사 근처 자리에 옮겨앉으라고 했다.

그렇게 자리를 옮기고, 계속 창밖과 지도를 번갈아보며 긴장을 하고 있었는데,

얼마 시간이 지나고, 안내양이 내 어깨를 톡톡 치며 여기라고 했다.

그렇게 지도를 손에 꼭 쥐고 내리려고 기다린 후 내리려고 하는데, 안내양이 여기서 내려서 역쪽을 가르키며 저기로 가면 된다고 했다.

알았다고 고맙다고 한 후, 내려서 횡단보도를 기다리고 있는데,

버스기사아저씨가 버스안에 승객도 많고 길가에 차들도 많은데도 불구하고, 클락션을 울리고 '저쪽이야'라고 가르키며 끝까지 안내해줬다.

그리고 버스가 지나가는 순간까지 안내양언니도 나를 바라보고 인사해줬다.


아 그렇게 역에 도착하는 순간. 진짜 '고맙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너무너무 따뜻했다.

지금 이 순간도 말레이시아에 돌아가는 순간까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무사히 돌아가길 바라며 걱정이 약간 되긴하지만,

이 긴장속에서 이렇게 따뜻한 마음을 안겨줄 수 있다는 것.

쉬운일 같지만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리고 이 쉽지 않은 일이 오늘 이렇게나 많이 일어났다는 것에 너무 감사하고.

이 따뜻한 마음을 오늘 하루 너무 많이 받아서 어찌해야할지 감개무량할 뿐이다.


그동안은 굳이 한국인, 외국인 나눠서 생각해야지라는 생각은 아니었지만,

뭔가 그냥 외국인들은 한국인 외에 그저 그냥 다른 나라 사람일 뿐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국적이 다른 사람들에게 이런 마음을 받을 수도 있구나 라는 것.

말레이시아에서도 느끼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여기 태국에서도 느낄 수 있다는 것.

정말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다.

오늘 하루 만난 그 따뜻한 사람들.

정말 하는 일마다 다 잘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꼭 행복하길. 정말 행복하길. 정말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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