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파수꾼의 베키를 많이 좋아했던 게 가장 큰 이유로 작용한 듯도 하고...
하도 주변에서 평이 좋았다.
크게 흥행한 영화는 아니지만 보고 온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들게 한 이 영화.
국어국문학과를 다니며 국문학쪽보다는 국어학 쪽에 흥미를 느꼈던 나지만
어쨌든 국어국문학도로서 '윤동주'라는 이름 하나에 눈길 한 번 더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인가보다.
그렇게나 보고싶었는데 사실 영화관에서 <동주>를 보지 못할 뻔했다.
이번에 신청해둔 토익시험이 자꾸 마음에 걸려 영화관에 갈 시간을 선뜻내지 못했다.
그런데 마침 운명적이게도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우리 동네 영화관에서 <동주>를 심야영화로 상영하더랬다.
도서관 갈 시간을 굳이 빼지 않아도 되고 공부를 마치고 영화를 볼 수 있었다.
더군다나 <동주>는 심야에 봐야 제격이라는 주변의 추천에 딱 걸맞은 시간대였다.
정말 이건 운명이 아니고 무엇이겠나.
딱 영화예매도 영화관 맨 뒷자석 정 가운데에 예매를 했다.
영화 스크린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좌석이라 생각했다.ㅎㅎ
영화예매를 했을 때만 해도 나 혼자밖에 없었는데 막상 들어가니 나를 포함해 열 명 정도가 있었다.
혼자 상영관에서 영화보는 경험을 해보나 했더니 쩝...
그런데 사실 혼자 그 큰 상영관에 있으면 무서울 것 같아 걱정되기도 했어서 그 점은 다행이었다...
영화가 시작됐다.
영화 내내 시계를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
극적인 요소도, 화려한 액션 하나 없는 이 영화의 흐름에 오롯이 빠져있었다.
예전에 한 영화를 보고 정말 연결고리고리가 탄탄한 영화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 영화는 장면 하나하나가 실처럼 연결돼서 그 실로 한 폭의 잘 짜여진 천을 보는 듯한 느낌.
이리도 부드럽게 감정과 장면이 연결되고 전달될 수 있다니.
동주의 죽음을 전하는 장면에서도 억지감동을 자아낼 법한데 덤덤하게 이야기를 계속 풀어나갔다.
영화관에서 보지 못했으면 큰일날 뻔했던 영화.
정말이지 <건축학개론>에 이어서 내 인생 두번째 영화로 손꼽을 수 있다.
정말 좋다.
그리고 너무나도 다른 동주와 몽규.
마음을 글로 담아내고 싶었던 동주.
문학을 수단삼아서라도 세상을 바꿔보고 싶었던 몽규.
어떤 게 맞다고 말할 순 없다.
하지만 너무나도 다른 둘의 공통점은 진심이라는 것.
글을쓰는 동주도, 세상을 바꾸고싶은 몽규도 모두 너무나 마음을 담은 진심이다.
무언가 다 버리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진심을 담아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두 사람이 그저 부러울 뿐.
그리고 동주의 시를 보면서 예전에 시인이셨던 교수님의 말씀 하나가 떠오른다.
'모든 시상은 추상적인 사유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무언가에서 찾아내는 것'이라던...
그리도 예쁘던 시구 하나하나는 동주 인생의 구체적인 사건 하나하나에서 나온 것...
그리고 이 영화에서 그 시 하나가 나오기까지의 구체적인 사유들을 보여주었다.
그나저나 영화에서 박정민의 연기가 많이 기억에 남는다.
연기보다 송몽규 그 자체라는 느낌이 연신 와닿았다.
진심으로 무언가를 대할 수 있는 마음. 그 진심. 영화에서 참 많이도 느껴졌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영화의 여운을 담아 걸으며 새벽 골목길을 걸었다.
새벽, 골목, 바람 그리고 영화
요즘들어 몇 안되는 날 놓고 거닐었던 순간이었다.
영화 한 편 때문에 이 밤이 이 새벽이 이리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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