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마을버스를 기다릴 때마다 가끔 이상한 여학생 한 명을 본다.
딱보면 평범한 사람같진않고 약간 장애가 있어보인다.
그 여학생은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버스탈 돈이 없어요. 돈 좀 대신 내주세요.'라고 한다.
모르는 사람이 버스비를 대신 내달라는 것도 꺼림칙한데 약간 이상해보이는 학생이 그러니 더욱 경계하게 된다.
그래서 그냥 모르는 척하고 피하면서 내 갈길을 갈 뿐이다.
그렇게 우리집으로 가는 버스가 와서 버스에 탔다.
그 여학생도 버스에 타려했다. 그랬더니 버스기사 아저씨께서 허허 웃으시며
'이거 너네집 가는 버스 아니여~ 오늘은 집 가는 버스비 가져왔어?'라 하신다.
그냥 그런 아저씨의 모습을 보는데 뜨끔했다.
나와 정반대인 아저씨의 모습에서 그 여학생을 대하는 나의 불편한 태도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여학생을 보며 '왜 저럴까' '혹시 정신에 장애가 있는데 나한테 해꼬지하는 건 아닐까'
그저 버스비가 없으니 버스비가 없는 사람을 도와주면 될 일을 수많은 생각들로 계산하고 그 사람을 판단하고 피했다.
그렇게 내가 수많은 계산을 하는 동안 아저씨는 그냥 버스비가 없는 수많은 우리동네 마을버스 고객중 하나로 그 여학생을 보며 말을 건넸다.
그렇게 벙쪄있는 동안 노쇠하신 지팡이를 짚은 할머님 한 분이 마을버스에 타셨다.
도착지에 다다르자 할머님이 급히 흔들리는 버스에서 몸을 일으켜 내릴 준비를 하셨다.
그러자 버스기사 아저씨는 '그러다 넘어져요. 버스 서면 내리세요. 뒷문까지 가지마시고 앞문 열어드릴게 앞문에서 내리세요~'라 하셨다.
버스가 정차하고 다른 정류장보다 조금 더 서있는 버스에서 할머니는 편하게 버스에서 내리실 수 있었다.
짧은 몇 분동안 버스기사아저씨덕분에 세상이 두 번이나 바뀌었다.
한 번은 한 여학생이 집에 가는 버스를 제대로 탈 수 있었고,
또 한 번은 몸이 불편하신 할머니 한 분이 편안히 버스에서 내릴 수 있었다.
그저 사소한 관심과 호의덕분에 조금 세상이 바뀌었다.
그 짧은 시간동안 세상을 바꾸는 방법은 이런거구나 느꼈다.
그동안 나 편하자고 내가 힘들다고 주변 사람들을 신경못써줬던거..
그렇게 주변 사람들 하나 못챙기면서 뭐 거창하게 난 뭐가 돼서 세상을 바꿀거야라는 마음.
다 틀려먹었다.
딱 저 사진처럼 세상을 바꾸는 건 주변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따뜻한 마음.
그거 하나면 나를 통해 세상이 바뀐다. 마치 우리동네 마을버스 아저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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