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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딩/응답하라 2014

추억은 생각지도 못하게 지워진다.


토요일 갑자기 핸드폰이 고장났다.

주말내내 핸드폰을 못하고 있다가, 월요일이 되자마자 수리센터로 갔다.

전원부분이 고장났다나.. 그런데 전원을 켤 수가 없어서 안에 데이터들을 아예 못살린단다.

그렇게 지우려고 지우려고 수백번 마음먹어도 못지웠던 사진들.

일부라도 남겨두려고 애써 캡쳐라도 해놨던 말들.

언젠가 지워야지 했는데, 이렇게 예상치 못하게 지워지게 됐다.

이제는 정말 하나도 안 남았다.

아쉽다라는 말보다 이렇게 핸드폰 사진하나 지워지니 하나도 남는 게 없다 정말.

고작 사진 몇장 지워지니까 흔적도 하나 안 남았을 만큼 짧았던 순간이었다.

그렇게 새것이 되어버린 핸드폰을 들고 집으로 돌아서는데, 석양이 정말 예뻤다.

4년내내 다니면서 이런 길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시간은 참 별 게 아니다.

길었다고 다 본 것도 아니고, 짧았다고 다 보지 못했던 것도 아니다.

긴 시간이었어도 이렇게 못 본것들, 마지막이 되어서야 느끼는 것들이 많은데.

점점 하나하나씩 끝이 되어가고, 끝이 되어가는 순간조차도 나는 아직 마지막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못했다.

늘 끝은 또 다른 시작이라고 하는데, 끝에 대한 아쉬움보다 또 다른 시작에 대한 설렘이 더 크면 얼마나 좋을까.

항상 나는 지나간 것들에 대한 미련때문에 새로운 시작을 보지 못한다.

하루하루 끝을 마음편히 보내주고, 늘 시작을 반갑게 맞이하는 사람이 되고싶다.

여튼.. 방금 어쩌다 책의 한 구절을 보게됐는데, '부재는 존재를 증명한다.'라는 말..

존재했던 것들이 부재가 되어가니 그 존재들을 이제서야 마음한가득 실감한다.

무언가는 시작하고 무언가는 끝나고.. 부재도 하나하나씩 받아들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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