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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딩

스승의 날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총 12번의 스승의 날이 지나갔다.
대학교 때는 스승의 날을 어떻게 챙기는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는 선생님들과의 만남도 잦고 담임선생님과 지내는 시간도 많기 때문에
대학교보다는 선생님들과의 관계가 더욱 긴밀한 것 같다.
그래서 이번 고3 마지막 스승의 날이 더 마음에 남는지 모르겠다.

스승의 날 마다 각 반에서는 담임선생님을 위해서 파티를 하곤한다.
초등학교 때도 파티를 했나? 잘 기억이 나지않는다. 중학교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고등학교만 기억이 난다. 고1 스승의 날을 파티를 하지않았다. 확실히 기억이 난다. 내가 반장이었기 때문에..
고1 담임선생님께서는 우리에게 "스승의 날 준비같은 거 따로하지마라"시며 당부를 하셨다.
반장인 나는 그 말을 고지곧대로 듣고 아무것도 준비를 하지않았다.
그렇게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채 스승의 날이 다가왔다.
우리반이 15반이 였는데 등교를 하며 1반부터 15반 까지 걸어오는데, 다른반은 풍선과 선생님 파티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는와중에 15반.. 1학년 가장 마지막 반.. 우리반만 썰렁했다.
선생님이 들어오시고 다른반은 파티를 하고 시끄러운데 우리반만 조용했다.
물론 그 당시 선생님의 말씀이 우리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시려는 게 목적이셨겠지만,
막상 스승의 날 당일 너무 서운하셨을 걸 생각하니 너무 죄송하다.
꼭 물질적인것으로 선생님께 마음을 표하지는 않더라도 반장으로서 반친구들과 선생님께 보답을 했어야했는데...
그 때만 생각하면 선생님께 죄송하다.
그래서 그 때가 죄송하기도하고 해서 반 아이들과 함께 2학년 때 조금씩 돈을 모아 무언가를 해드렸다.
그런데 아쉽게도 친구들과 선생님을 찾아뵐 때 나는 다른 일 때문에 그 자리에 없어서 선생님을 뵙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나도 15반 친구들과 함께 선생님을 뵈었다.
선생님께서는 늘 그러셨듯이 '이런걸 왜 준비하냐, 너희에게 너무 부담주는것 같아 미안하다'고 하셨지만
중앙현관에서 교장선생님께서 지나가시면서 웃으실 정도로 크게 스승의 은혜를 불러드렸을 때는 많이 뿌듯해하시는 것 같았다.
사실 우리가1학년 때 속을 많이 썩여서 선생님과 우리들의 사이가 친밀한 관계는 아니었다....;;ㅋㅋ
그래서 그런지 선생님께서는 우리가 준 선물을 풀어보시며 농담식으로 '너희때문에 2년동안 담임을 안맡았다'는 말씀을 하셨다... 괜히 찔렸다...ㅋㅋ
뒤이어 '농담이고, 지금 생각해보면 너희에게 너무 못해준것 같아 미안하다'고 하셨긴하지만...
그 얘기를 들으니 선생님께서 1학년때 선생님과의 일들이 떠오른다.
1학년 때 학부모 회에서 각반 반장,부반장에게 학부모 회비를 걷는게 있었다.
공식적으로 학교에서 걷는게 아니라 학부모 회에서 자체적으로 걷는 그런 회비였다.
50만원가량을 내야했으니 실로 많은 부담이 되는 액수였다.
회사일로 바쁜 우리엄마는 학부모회에 참석하지않아서 그런것조차 몰랐고 나 또한 몰랐다.
그런데 우연히 옆반 친구에게 그런게 있다는 걸 들었는데 우리반은 선생님께서 학부모회에 '우리반 아이들은 그런 돈을 내지 않을것이다'라고 하셨다고 한다.
학부모회에 참석하지 않은 반장,부반장들은 담임선생님이 그 말을 전해주시는 데,
우리반 담임선생님은 우리에게 부담을 주지않으시려고 일부러 말하시지 않은것이다.
그리고 내가 이사장님,교장교감선생님이 다 참석하는 대회의에서 뒷일을 생각못하고 안건을 제시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교무실에 불려가 부장선생님께 혼난적이 있었다.
그래서 많이 낙심하고 있었는데 선생님께서 나를 따로 불러서 달래주셨던 기억이 난다.
그때 선생님께서 나를 달래주시지 않았더라면 나는 그 일로 아직까지 많이 기가 죽어있었을 것이다.
이 것 외에도 한달에 한번 우리를 위해 편지를 써주셨던 것, 노래를 연달아 몇곡씩이나 불러주셨던 것 등 우리를 많이 아껴주셨던 기억이 난다.
우리에게 많은 신경을 써주신만큼 잘 못해드려서 죄송스럽다. 반장이라서 더욱..

1학년 선생님에 뒤이어 2학년 담임 선생님을 찾아뵈었다.
2학년 담임선생님은 2명이다.
한분은 임신을 하셔서 중간에 몸조리를 하시느라 학교에 못나오셨고 아직까지 몸조리 중이시다.
그리고 뒤이어 담임을 맡으신 선생님이 오늘 찾아뵌 2학년 담임선생님인데,
우리가 첫담임이셔서 우리에게 애착을 많이 가지고 계신분이다.
나이도 젊으신 편이셔서 우리랑 대화도 잘 통하고 우리가 많이 좋아하는 선생님이다.
친구들이랑 같이 선생님을 찾아뵜는데,
처음엔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우리가 선물을 드리니까 갑자기 울기 시작하셨다.
다들 어쩔줄을 몰라하다가 학생인 우리가 ... 선생님을 달래드렸다.
2학년 마지막 쫑파티때도 우시고, 울음이 많으신 분이였는데
다른 선생님들은 정말 선생님같이 위엄이 있으신데 선생님은 위엄이라기보다 더 우리에게 친근하게 다가오려고 하시는 것 같아 가까운 느낌이 든다.
지각을 했다고 혼내신게 미안하다며 교무실로 불러 사탕을 주시고, 빼빼로 데이날 반 아이들에게 전부 빼빼로를 사주시고, 급한 질문이 아닌데도 교무실까지 내려가서 질문에 대한 답변을 알아서 우리에게 알려주시고..
정말 우리를 위한게 한눈에 보이시는 선생님이셨다.
내가 누구에게 표현하는 부분에서는 내성적이라 좋아하는 표현을 잘 못한게 아쉽다.

그리고 지금 담임선생님.
고3담임선생님 명단이 발표될 당시 선생님께서는 출장중이셔서 성함만 알고 얼굴을 몰랐기 때문에 되게 궁금해했었다.
새학기가 되고 선생님을 처음 뵈었다.
선생님이 연수에서 돌아오신날 처음 하신일이 겨울방학 자습명단체크였다.
그 때 애들을 하나하나 체크하시던 모습이 조금 무서워서,
되게 엄격하신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첫인상과 달리 우리와 가까워 지려고 굉장이 노력하시는 분이셨다.
사실 선생님이 담임이 되기 전에 뵌 적이 있었다.
내가 방송부라 조회시간에 방송실에서 많이 뵜는데,
당시 선생님 성함을 몰랐기 때문에 우리는 선생님께서 Epik High의 DJ투컷을 닮아 '투컷선생님'이라 불렀다.
그 선생님이 우리 담임선생님이 되리라고는 생각치못했다.
새학기가 시작되고 선생님과 첫상담을 했는데,
진로외에도 많은 얘기를 해주시고, 진로에 관해서도 자기만 믿으면 원하는 대학에 보내줄 것이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상담을 하며 1년동안 함께하게 될 선생님에 대한 믿음이 많이 생겼다.
그리고 몇달이 지나고 선생님께서 우리반 한 친구가 조퇴를 시켜주지 않는다고 차별을 하냐며 대들었던(?) 적이 있었다.
그 때 우리에게 자신이 그런 모습으로 비춰졌다는 게 너무 마음이 아프시다며 눈물을 보이셨다.
나는 선생님이 학생앞에서 우는 모습을 처음 봤기 때문에 되게 기분이 이상했다.
그리고 잠깐 그런 생각을 한 적도 있긴 했는데 그런 생각을 했다는 생각에 죄송스러웠다.
그 일이 있은지 또 몇일.. 몇주가 지나고 스승의 날이 됬다.
늘 그래왔듯 파티를 하고 선생님은 우리에게
그동안 교직생활에 있으면서 처음 스승의 날을 맡았을 때는 스승의 날의 주인공이 선생님인 줄알았는데,
몇년이 지나고 나니 스승의 날의 주인공은 선생님이 아닌 너희들이라며,
너희들에게 참 고맙고 앞으로 힘든일이 있어도 서로 잘 이겨내면서 지내자며 우리를 격려해주셨다.
그 외에도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있는데.
몇주전 선생님과의 마찰이 있었던 그 친구가 맨앞에 있는 나에게 선생님에게 쓴 편지를 주면서
앞에 편지더미에 선생님이 못보게 자기가 쓴 편지를 넣어달라고 부탁했다.
선생님께서는 전날 '스승의날 선생님께 편지쓰기 행사'를 얘기하시며
굳이 쓰고싶지 않으면 쓰지말라고 하셨는데,
그 말을 들으면서 나는 아까 편지를 전해준 친구를 떠올리며 '쟤는 안 쓰겠구나..' 생각을 하고있어서 그 편지는 정말 의외였다.
형식상 쓰는 편지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느낌은 들지않았다.
나는 그동안 스승의 날이 그냥 형식적인 기념일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해왔는데,
누구에게는 이렇게 미워하던 선생님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날이 될수도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이상해졌다.
그런데 나도 12년이 지나고 많은 선생님들과 만나고 헤어지고 선생님들의 노고를 생각하다보니,
선생님은 그냥 수업을 하시는 분이 아닌 지식적인 것 외에도 나에게 많은 도움과 깨달음을 주신분들이다.
선생님들께서는 수업 이외에도 많은 얘기를 해주시는데,
그 얘기를 들을때는 선생님이라기보다는 인생선배라는 느낌으로 얘기를 들게된다.
그 얘기들을 들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면서 지식적인것보다 더 많은 걸 배우게된다.

어렸을 때는 선생님이 그냥 너무 좋아서,
엄마가 무슨말을 했을 때는 듣지도 않다가 선생님께서 같은 말을 하시면 선생님말씀만 들었던 기억이난다.
그 어린나이에도 선생님이 그냥 좋았던 이유는 그만큼 우리를 아끼는 마음이 전해졌기 때문이지싶다.
그간 많은 선생님들은 지금 무얼하실지 안부가 너무 궁금하고 한번 찾아뵈고 싶다.
친구가 이번 스승의 날 때 너는 예전 선생님들 안찾아뵙냐고 물었다.
나는 '내가 이꼴인데 어떻게 선생님을 찾아뵙냐~ㅋㅋ'고 하셨다.
장난식으로 한말이였지만 지금은 선생님을 찾아뵐 용기가 나지않는다.
자신의 제자가 번듯한 모습으로 왔을때 선생님이 보람을 느끼실것을 알기때문이다.
지금도 연락을 하고있는 초등학교 선생님에게 '못찾아뵈서 죄송해요.성공하면 뵈러갈게요~'라고 했는데,
선생님께서는 '꼭 성공 안해도돼, 보는것만으로도 선생님은 뿌듯하다' 고 하셨다.
선생님께서는 제자 하나하나가 성공을하든 어떻든간에 다 예쁘고 소중하시겠지만,
나는 내가 좀 더 멋진 모습으로 선생님을 찾아뵙고 싶다.
선생님들께서 가르쳐주신 것들을 토대로 열심히 살아서 머지않아 멋진 모습으로 선생님을 찾아뵐 날이 왔으면 좋겠다.
선생님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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