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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20171202

토요일 저녁마다 포켓몬도 잡을 겸 동네 산책을 하곤한다.

이날밤도 어김없이 노래를 들으며 동네를 빙빙 돌고 있는데, 길가에 뭉툭한 무언가가 보였다.

웬 쓰레기인가 싶어 자세히 봤더니 고양이였다.

너무나 몸뚱이가 온전하게 있어서 쓰러진 것인가 싶어 걱정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해서 멀찌감히 가만히 서서 지켜봤는데 고양이는 죽어있었다.

죽은 고양이한테 이런 표현이 어울리려나 싶지만,

팔뚝 한 뼘 남짓한 손바닥이 조그마한 너무나도 귀엽고 예쁜 회색 고양이었다.

너무나도 귀엽고 예쁘다고 느끼는 만큼이나 마음이 너무 아팠다.

추워서 죽었나, 배고파서 죽었나.

어쩌다 이리 작은 아기 고양이가 길가에 이렇게 쓰러져있을까.

배가 고팠으면 밥이라도 구해다 줬으련만...

이미 죽은 고양이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하지못하고 놀라서 서있는 내내 혹여나 길가다 차가 고양이 시체라도 밟으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뿐.

그저 죽은 몽뚱아리나마 훼손되지 않고 온전히 하늘나라로 가게 해주는 것,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곤 그것뿐이었다.

다산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고양이 사체가 있다고 연락을 했다. 잠시 뒤 처리하러 온다는 답변을 받았다.

잘 된건지 뭔지.. 처리하러 와준다는데도 마음이 놓이질 않았다.

그날따라 많이 춥지도 않고 나름 걷기가 좋아 음악을 들으며 동네라도 빙빙 돌 생각이었건만.

죽은 귀엽고 예쁜 아기 고양이를 보고나니 마음이 좋지 않아 그 길로 곧장 집에 돌아갔다.

마침 민원을 넣고 전화를 끊으니 휴대폰 배터리도 곧장 나갔다.

우리집 근처에도 고양이들이 산다.

흰색 고양이 여러마리가 사는데, 옆집 아주머니가 밥을 줘서 그런지 며칠에 한 번 볼때마다 쑥쑥 자란 모습이 참 기특했는다.

그런데 요새 날씨가 점차 추워져 우리 빌라 고양이들이 걱정되더라니....

참 가엾고 초라하게 죽은 아기 고양이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괜시리 빌라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집에 와 저녁을 먹는데 고양이 생각이 나 내내 마음이 쓰였다.

그리고 몇 분 뒤 고양이 사체를 처리했다며 민원 처리 문자가 왔다.

그럼 이제 그 아기 고양이는 어떻게 되는거지...

하늘나라로 조심히 갔으면 좋겠다.

그렇게 좋은 거 제대로 누리지도 못하고 저 애기가 죽었구나 생각을 하다가.

저 고양이에게 행복한 것, 커서 누리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냥 맛있는 밥을 먹는 것? 아니면 오늘 밤 따뜻한 곳에서 자는 것?

뭘할때 그 작디작은 아기 고양이는 행복했을까.

왜 하필 이 추운 겨울게 태어나서.. 조금이라도 더 컸으면 나름대로 이 추운 겨울을 버텨냈을지도 모르련만.

자꾸 그 쓰러져있던 회색 아기고양이 발바닥이 아른거린다.

우리 빌라 고양이도 오늘 밤 잘 버텨내고 있을까.

너무 추워서 옹기종기 모여서 있겠지... 오늘 이 추운 밤도, 나아가 이 겨울 잘 버텨내길.

혹여나 추우면 빌라 안으로 들어와 자라고 집에 들어올때마다 매번 문을 열어두는데, 그걸 알기라도 할런지.

고양이들때문에 마음이 너무 쓰이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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