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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응답하라 2017

내 인생은 왜이렇게 편하지 않을까

노력을 얼만큼 했는지, 내가 얼마나 간절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찌됐든 3년 간의 발버둥을 그만하고 이젠 '그냥 좀' 살아보려고 취직을 했다.

대단했던 꿈도 잠시 내려놓고 한치 앞의 행복만이라도 느끼기 위한 나의 선택이었다.

어쩌면 꽤 괜찮은 결과였는데, 의외로 과정이 수월해서 그랬던건지

지금의 결과가 '그냥', '그럭저럭'한 선택이라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냥' 아무 생각말고 살자고 마음먹었던 것과는 달리 또 여러가지 생각이 많아졌다.

과연 잘한 선택일까. 이대로도 괜찮은 걸까 하고 말이다.

한 번 걱정을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내 스스로를 알기 때문에 걱정을 하고 있는 '내가' 또 걱정이었다.

그런데 꽤 괜찮았다.

이상하리 만큼 만족스러웠고 '그저 그렇게' 살려고 했는데, 지금 주어진 현실에서 열심히 살아보면 꽤 괜찮은 선택이 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상황에 만족할 수 있고 고마워 할 수 있게 하려고 하늘을 그렇게나 나를 힘들게 했나 싶을정도로

나는 만족스러웠고 여러가지 내 주변의 상황들도 괜찮게 흘러갔다.

그러나 역시나.

정규직 전환 가능성이 많을 것 같다고 하더니, 전환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친구들은 회사도 혹시 모를 적은 확률이 걱정되어 그러는 것일거라며 위로했고 나도 그런거겠거니 생각하려 했지만

왜 자꾸 나는 뭐 하나 이리도 순탄한 게 없는지 자꾸 원망스럽고 슬펐다.

몇 년 간 나의 행복은 나만의 행복이 아니었고 더불어 나의 슬픔은 나만의 슬픔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불과 몇 주 전 내 취직소식에 같이 마음을 놓던 우리 가족들과 친구들.

혹시 정규직 전환이 안 되면 나와 더불어 그 사람들의 기쁨도 취소해버리는 느낌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회사 제품을 구매하려고 해도 '인턴'이라서 안된다는 말.

그 수많은 사원 리스트에 내 앞에만 붙어있는 '인턴'이라는 수식어.

그 말을 듣고난 뒤부터 같은 공간에서 똑같은 책상에 앉아있는 내가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수많은 걱정과 생각을 떠안고 잠들었던 몇 년과는 달리 편히 잠들었던 몇 주일.

그 몇 주일이 참 사치스럽게 느껴졌다.

이제 '그냥 좀' 살아보려고 선택한 것도 안 되는 나.

'그냥'도 '아무거나'를 선택해도 뭐 하나 편한 게 없는 나.

좀 쌩뚱맞은 비유일지는 모르겠지만, 요새 모두의 마블 게임 아이템 인플레로 참 대단한 상대를 만나면 내가 '어떻게' 해도 이길 수가 없고 답답하고 화가나고 짜증난다.

방금 그런 게임을 하고 있는데 이 모두의 마블이 내 인생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해서 좋은 아이템을 사고 장착해서 열심히 게임을 해도 무적의 상대를 만나면 그냥 내가 게임을 하는 행위 자체가 무의미 한 것.

내가 아무리 열심히 발버둥을 쳐도 이 인생이란 게임이 어떻게 해도 안 된다는 기분이 든다.

어디부터 잘못된 걸까. 저임금에 쓰고싶을 때 쓰고 버려도 상관없는 이 인턴제도? 계속되는 취업난?

거슬러거슬러 내 이런 인생의 원인을 정치계까지 찾아보면 그래. 이런 고용제도도 한 몫하겠다.

단순한 사회 제도 자체가 내 인생이 슬픈 원인이 된다.

참 별별 얘기가 다 나오게 되네.

아까 모두의 마블 하다가 이대로 지기만 하면 너무 억울해서 가진 다이아를 써가며 이 상대에게 '딱 한판만 이기자'하고 죽자잘자 덤벼들어 마지막 판을 승리로 끝냈다. (마이아& 5연승 토끼)

지금 이것도 죽자살자 덤벼들면 좋은 결과로 끝맺음 할 수 있으려나.

취직 소식을 여기저기 알리고 친구가 하는 말이 '너 요새 가만히 있어도 들뜬게 보인다'라고 했는데,

정말 친구 말처럼 고작 내가 일할 수 있는 자리 하나가 있다는 것이 돈 몇푼을 벌 수 있다는 게 그리도 행복했는데...

걱정을 크게 안고 선택했던 곳에 신기하게 내 마음을 줘서 이렇게 일이 풀리나 싶었는데...

다시 잘 되어도 초반에 한 번 이렇게 마음 틀어진 곳에 마음이 가질 않는데...

잘 풀리든 못 풀리든... 짜증나네....

왜이러냐 정말. 아. 힘들다 힘들어. 뭐 하나 편하지 않은 내 인생.

하늘에서 누가 날 엄청 싫어하나보다 조~금이라도 편하고 마음 놓으려 하면 바로바로 태클을 놓네.

진지하게 성당을 다닐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영적인 효과로 내 행복한 인생을 바라는 게 아니라.

내 스스로를 다스리고 다잡아도 나만 열심히 한다고 바뀌는 게 없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2017년이 끝나는 순간까지 마음 졸여야 한다.

내 평생 아끼지 않고 펑펑 돈을 쓸 수 있는 유일한 3개월의 계획도 버려야겠다.

되긴 되나. 이렇게 안 되는데.


며칠 전에 일 하는 게 너무 행복해서 일기로 쓰려다가 귀찮아서 나중에 쓰려했는데..

그때는 이런 건 없을 줄 알고 몇개월동안은 그 마음가짐이 언제든 있을 줄 알아서....


(남들은 월요병이 있다는데, 나는 월요병이 없다.

너무 쉬어서 그런지 그냥 아침에 출근하고 일하고 점심시간을 기다리고 퇴근을 기다리는 소소한 일상이 너무나도 행복함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게, 내가 무언가를 하고 만들고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

적은 돈일 지언정 내가 번 돈으로 무언갈 하고 누군가에게 베풀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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