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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응답하라 2017

또 탈락

하도 탈락하는 만큼 이제는 놀랍거나 슬프진 않다.

다만, 취업이 더 흐릿흐릿 해져간다.

큰 기업이야 그러려니 하는데, 뭔가 될 수도 있겠구나 싶은 곳에서 떨어지면 더 자괴감들고 여기조차 안되면 난 대체 어딜 갈 수 있나 싶기도 하고.

보니까 딱 절반을 뽑았던데, 다른 시험장에 비해 얼마 없는 응시자 중 그 반절에도 못들었다니...

설마설마 하고 자꾸 Ctrl+F를 눌러 내 전화번호 뒷자리를 검색한다.


간절하면 이뤄진다던데 시험 전날의 나를 생각하면, 졸업한 지 몇 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간절함이 부족하구나 싶다.

이번주 유난히 할 게 많아서, 많은 만큼 하나라도 얻어걸리는 게 아니라 많은 만큼 다 놓쳐버릴 것 같아 두려웠는데...

그럴까 두렵다.


1년 전을 돌이켜보면 소소하게라도 뭘 하나 이뤄놓은 게 없다.

토익도, 한국어도 다... 그렇다고 다른 걸 치열하게 한 건 아니고.

그냥 딱 나이먹은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요즘들어 내가 방어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맛없지도 않고 그렇다고 엄청 맛있지도 않고 그냥 그저그런 방어.

엄청 뛰어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별로인 건 아닌데, 못하지는 않는데 너 잘하는 걸 내세워봐라 하면 뭘 해야할지도 잘 모르겠는...

엄청 별로, 엄청 잘난 것보다 이도저도 아닌 게 제일 무서운 것 같다.


오늘 길에 가벼운 교통사고를 당했다.

노래를 크게 듣고 가고 있었다. 주차된 차가 갑자기 움직이더니 나는 몸을 살짝 찻길로 피했는데 달려오던 차가 날 쳤다.

순간 놀라긴했는데 순간만 살짝 아팠고 별 큰 일 같지도 않길래 차를 그냥 보냈다.

연락처라도 받아뒀어야 하는건가.

그것보다 차 멈춰세운 아저씨말고 갑자기 움직인 주차된 그 차 주인이 괘씸하다.

창문이라도 두들겨 운전 그렇게 하지 마시라고 말이라도 할걸.

돌아오는 길에 곰곰히 생각하다보니 화가 난다.

고의든 아니든 이런거면 무조건 따져야하는 건가.

사고당한 건 난데 운전자 아저씨가 놀랄까봐 애써 씩씩한 척 걸었다.

참... 가까이 있는 사람한테도 못하는데, 처음보는 날 친 사람을 배려하는 꼴이라니...

그나저나 교통사고는 누구 잘못이었을까.

내탓이었을까. 아니면 갑자기 차를 움직인 아저씨. 아니면 날 잘못해서 친 아저씨. 아니면 골목길을 그리 좁게 만들어놓은 지역구. 아니면 .... 아니면.... 누구의 잘못일까.

결론은 후유증이 없었으면 좋겠다. 아프면 두고두고 그날 따지지 못한 내 자신을 원망하게 될 것 같다.


아 이렇게 생각이 많아지는 건 결국 오늘 탈락에서 시작된 우울함이구나.

얼른 자고 내일도 모레도 시험보러 가야하는데... 오늘도 문제집 채 다 못풀고 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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