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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여름밤>, 그리고 <말하지않으면>

몰랐는데, 우리집 IPTV에서 12월 한 달간 서독제 영화 몇 편을 무료로 볼 수 있었다.

서독제에서 달랑 한 편만 보고 와서 너무 아쉬웠는데, 으하 좋다.

올 해가 가기전에 알차게 다 봐야지.

오늘 본 영화는 <여름밤>과 <말하지않으면>

여러 편 중에 두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새벽이라 힘이 없어서, 그리 무겁지 않은 영화였으면 좋겠다는 단순한 맘이었다.

유난히 재작년부터 여름이란 단어에 집착을 많이 하는데,

대학 막학년 여름에 대한 추억이 많아서 일까... 그래서 그냥 첫 영화는 <여름밤>으로 선택했다.

그리고 <말하지않으면>은 포스터부터 그리 어둡지 않아서 선택했는데, 역시나 늘 내가 '말랑말랑 하다'고 표현하는 한예종 작품이었다.


<여름밤>

늘 나의 여름밤은 참 애틋하고 아련했는데, 이 둘의 여름밤은 참으로 치열했구나 싶다.

내가 취준생이라 그런지 민정은 그저 '어린 나이에 열심히도 사는구나'싶었고, 취준생인 소영에게 이래저래 감정이입이 많이 됐다.

지금 내 상황 자체가 알바 하나 인턴 하나 잡기가 부담스럽다.

취직은 해야하지. 공부도 해야하지. 근데 돈은 없지. 그렇다고 알바하나 시작하다 일이 꼬이기라도 하면 소영처럼 이만저만 복잡해지는 게 아니다.

민정의 맘도 이해간다. 상황에 쪼이고 쪼이게 되면 '내 잘못이 아니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소영에게 '그런식'으로 얘기하게 됬겠지.

민정이 자신과 비슷한 아이라는 걸 소영은 그런 말을 듣고도 화를 내기보다 아이를 타이르고, 자신 또한 복잡한 상황이지만 그 아이를 위해 일정을 조율한다.

어쩌면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갈 소영의 행동을 나는 너무나도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이해는 가는데 공감이 안 간다고 표현하는 게 맞으려나.

나는 항상 내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싫어한다. 내 모습이 상대방에게 투영되어 그 사람의 수가 더욱 잘 보인다고 해야할까.

더군다나 자신이 여유없는 상황이 되면 자신의 일을 꼬이게 만든 그 누군가가 너무나도 짜증나기 마련인데,

자신의 일을 꼬이게 한 민정에게 어떠한 말보다 자신과 비슷한 모습을 보고 연민(?)의 감정을 느끼는 소영이 신기하기만...



<말하지 않으면>

이 영화 역시 내 모습이 보여 그런 주인공에게 공감이 가기보다 주인공이 더욱 짜증이 났다고 해야하나.

돈이 없어 뭔가 찌질해지고 추잡해지는 주인공이 보기 싫었다.

그리고 내가 제일 별로라고 생각하는 영화 혹은 소설이 '대사 설명충'인데

이 영화가 약간 후반부에 대사 설명충같아서...

요즘 하도 스터디에서 글 첨삭만 하다보니

이 영화도 첨삭을 하게되는데...;

앞 부분에 희수가 남은을 좋아하는 마음을 드러낼 수 있는 복선(?)을 깔았으면 어땠을까....

그걸 대사로 다 처리해버리니까 영화의 여운이 덜하다.

근데 진짜.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요즘 하도 취업때문에 힘드니까 혼자 생각 많아지고 자격지심 느껴져서 이 사람 저사람 괜히 휘집고 다니는데,

나는 너무 힘드니까 남들도 어련히 알아주겠거니 했는데 말도 안 하는데 어떻게 아나싶고..

오늘 문득 생각해보니 이런 나의 힘듦때문에 잃은게 많구나 싶고...

은근히 느끼고 있어도 말하지 않으면 알지만 알아주기 싫을때도 있다.

흠... 그냥 송년회고 사람 한창 만날때인데 사람들을 만나지 않으니까 이런 생각이 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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