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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춘희막이

작년 홍대입구역을 지나며 포스터로만 보았던 영화 <춘희막이>

이렇게 고맙게도 안방에서 이 영화를 보게 됐다.

많고 많은 실버세대를 담은 영화이겠거니 했는데, 소재 자체가 특이하다.


병원에서 의사가 막이 할머니에게 춘희할머니와 관계가 어떻게 되시냐고 묻는 장면에서

막이 할머니는

"세컨부(두번째 부인)예요."

라고 답한다.

의사는 잠시 멈칫한다.


둘의 관계를 듣고 나면 처음엔 "그게 뭐지?"하며 한 번 멈칫하게 되고,

이해하고 나서도 "그 둘이 같이 지낼 수가 있나?"하며 또 한 번 멈칫하게 된다.


내 아이를 낳아준 사람이었지만, 내 아이를 낳아준 사람을 내 아이처럼 기르고 있는 막이 할머니.


난 '진심'이 좋다.

그런데 이 둘의 관계에선 '진심'이 느껴진다.


막이할머니를 며칠동안 못봤다고 팔십넘는 나이에 엉엉우는 춘희할머니도,

9만원 남짓한 돈으로 생활하면서도 당신이 이 세상 떠날 때에 춘희할머니를 거둬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20년 넘게 꾸역꾸역 돈을 모으는 막이 할머니도,

서로를 위하는 '진심'이 느껴진다.


모든 진심은 통한다고 감히 말할 순 없지만,

진심은 대부분 전해진다.

막이할머니는 춘희할머니를 보며 매번 언성을 높이지만,

그 높은 목소리에 춘희할머니를 아끼는 진심이 전해진다.


병의 증세를 묻는 의사에게

주저리주저리 막이할머니의 옛날옛적 얘기부터 늘어놓는 막이할머니의 모습이 자꾸 맴돈다.


마지막 컷에서 카메라를 앞에두고 장난스레 춤을 추는 춘희할머니를 멀리서 보며 웃는 막이 할머니.

영화 내내 해맑은 춘희할머니의 웃음은 많이 보았지만 막이 할머니의 웃음은 드물었는데 마지막 컷에서야 웃는 얼굴을 보았다.

걱정되어 내내 언성을 높이던 할머니, 그렇지만 그저 바라보면 나오는 웃음. 그게 바로 두 할머니의 걱정과 사랑의 마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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