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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응답하라 2015

150311



늘 지하철 타러가는 길에 초등학교 후문을 지난다.

3월 이후에 유독 초등학생들이 많이 보여 '아 다들 개학했나보네' 정도로 지나쳤는데,

이번주 유난히 시끄러워서 보니 전교회장 선거가 있는 철인가보다.

다들 고사리손으로 쓴 피켓을 들고 연신 기호번호를 외쳐댄다.

그냥 귀엽기도 하고 난 초등학교 때 반장선거는 매년 나갔어도 전교회장 선거는 나갈 엄두도 못냈는데.. 대단하기도하고..

그러면서 쟤들은 학교대표라는 게 뭔줄이나 알까. 더 심각하게는 민주주의가 뭔줄이나 알까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어렸을 적 그렇게나 반장선거를 나가댔던 때를 생각하면 난 뭔생각으로 나갔었나 떠올려봤다.

잘은 생각나지 않지만.. 그냥 뭔가 내가 이 반의 대표라는 거.. 반장이니까 선생님께서 나한테 제일 일을 많이 맡기시고.. 그런데서 오는 약간의 우월감과 희열을 느꼈던 것같다.

지금이야 사소한 일에도 원리 원칙따지면서 내가 맡은 일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되묻기까지하는 멋진(?) 경지에 달했지만..

그때는 그냥 단순히 말하면 내가 대표라서 무언갈 희생해야된다는 개념보다 '내가 이 반의 짱이다!'라는 생각이 더욱 강했던 것같다.

한마디로 멋져보여서 한 거다.

갑자기 샛길로 새는 얘기일지 모르겠지만 요새 약간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하고싶은 일이 무엇을 해야하는 일인지, 어떠한 생각을 갖고 해야하는 일인지 모른체 그냥 멋져보여서 하는 것인가 하고..

몇개월 전에도 가끔 그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에는 단순히 멋져보여서 내가 이 진로를 택한 것도 그럴 수 있는 일이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세상에 수많은 멋진 일들이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제일 멋진 직업'이라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그 결정이 잘못되고 잘못되지않고를 나눌 수 없다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요새들어 다시 한번 나에게 그 질문을 던지는 중이다.

뭐였더라.. 예쁜여자는 3일가고.. 착한여자 3주가고.. 지혜로운 여자 3년인가.. 으으 생각안나! 여튼 그런말!

그냥 이 일의 겉모습에만 반한 건 아닌가하고 말이다. 3일은 아니지만 그래서 이렇게 쉽게 맘이 깨지나하고..

한 피디님이 방송직종을 하고 싶은 친구들을 보면 몇몇은 환상이 있는 것같다.라고 하셨다.

아마 내가 그 몇몇 친구들일 것같다.

물론 겉모습만 생각한 건 아니지만 슬슬 이 일에 대해 알아가고 나니 환상이 슬슬 깨지기 시작하면서..

자꾸 많이 흔들린다.


그런데 이 일에 대한 내 믿음의 본질적인 흔들림은 아니다.

지금 이 일을 하기 위해 선택했던 지금 이 선택에 대한 흔들림이다.

그래도 오늘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언니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그래도 조금 위안받았다.

요 며칠 진짜 이대로 1년.. 이라는 명치가 답답하고 얼굴이 뜨거울 정도까지의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오늘 그 하나에 조금 마음이 내려앉았다.

이렇게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할때 엄마한테 잘하고 내 할일 조금이라도 해놔야지..

자꾸 불안한 마음을 다잡고 또 걱정하다 다잡고 걱정하고를 반복하지만

내 걱정의 근원을 깔끔히 마무리짓고 얻어낸 편안함이 아니기때문에 또 이 불안함이 언제 올라올지 몰라서 불안하다..

부디 그냥 이대로 지금 이 밤 그대로만 에너지넘칠정도 까진 아니고 내 마음이 그냥 수평선을 유지할 정도로만 딱 이정도로만 유지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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