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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고등래퍼>

이번주 모니터링 프로그램은 <고등랩퍼>였다.

모니터링을 하다보면 사실 무대에 집중하거나 인물 하나하나에 공감할 시간은 부족하다.

하지만 오늘 스터디도 끝났겠다 시청자의 입장으로 맘놓고 <고등랩퍼> 마지막회를 시청했다.

난 쇼미더머니가 시즌5가 돼가도록 힙합프로그램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웬만한 유행하는 것들은 다 듣고, 보고, 해보는 편인데도 힙합은 그닥 안 끌렸다.

<고등래퍼>를 보기 전에 <쇼미더머니5>를 먼저 봤는데...

사람인지라 자극적어서 계속 보게는 됐고, 웃기는 했다. 하지만 마음에 남진 않았다.


<고등래퍼>도 그냥 그런 걸 어줍잖게 따라하는 애들버전이겠거니 싶었다.

그런데 왠걸. 누가 형만한 아우없다고 했지. 형보다 나은 아우들이 여기 있는데.

아이들 무대를 보는 내내 이런게 힙합정신이구나를 느꼈다.

유난스럽지 않게 자기 생각을 담담하게 잘 전달하는 것. 그런거였구나.

유려한 스킬은 아니었지만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무대들이 오히려 더 맘에 남았다.

어른들의 힙합이 '나만 존나 최고'라면 아이들의 힙합은 '우리가 존나 최고'인 느낌.

그간의 힙합을 보면서 원래 힙합은 저렇게 남을 짓밟아야만 위로 갈 수 있는 건가? 싶었는데 아이들 무대를 보며 같이 가도 위로 갈 수 있었던 거구나 싶었다.

왜그리들 본래의 길을 잃으면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하는 지.

힙합이 뭔지 모르는 나 조차도 힙합의 순수함을 알 수 있던 무대.

아이들의 숨길래도 숨길수 없는 마음과 순간순간의 감정들. 정제되지 않은 감성이 멋졌다.

무대를 보는 내내 아이들의 이런 마음이 때묻지 않았으면 하고 바랐다. 그냥 이 마음 그대로 잘 자라서 그대로 이 감성 음악으로 오랫동안 전달해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프로듀스101>도 그렇고 아이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바라는 거지만, 단순히 이건 하나의 기회였을뿐 이 하나로 스스로의 모든걸 평가하고 상처받진 않았으면...

개인적으론 특히나 김윤호 학생, 정인설 학생, 조니 학생이 기억에 남는다.

세 학생이 결과적으로 파이널 무대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그저 스킬'만' 조금 부족했을 뿐,

자기 생각을 음악이든 뭐든 어떠한 콘텐츠로 표현해내는 사람, 특히나 자신이 직접 주체가 돼서 표현하는 예술가같은 경우 개개인의 매력을 절대 빼놓고 생각할 수가 없다.

이렇게 괜시리 잘됐으면 좋겠고 뭔가 조금 부족한 것같은데도 계속 기억에 남게 만드는 사람. '매력있는' 사람을 노력한다고 될수가 없다.

어린마음에 자존심상해서 이기겠다고 발악해보는 절박함, 힙합 볼모지 시골에서 올라와 안돼안돼 소리들으면서까지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로 계속 해보는 끈기, 음반 내줄 사람없어도 직접 씨디 한장한장을 구워내는 패기.

자신의 청춘을 정말 잘 활용하고 있는 '매력있는' 친구들. 특히나 응원한다.


무대내내 멋지다를 남발하게 만든 <고등래퍼>.

이 아이들이 어른들 사이에 껴서 '스킬'이 조금 부족하다고 무대 뒷켠으로 물러나있었을 생각을 하니 끔찍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스킬은 늘겠지만 이런 순수한 무대는 어디서도 볼 수가 없는건데...

이 아이들을 위해 무대를 준비한 <고등래퍼>, 간만에 엠넷에서 자극적이지 않고 따뜻한 예능이 나왔구나 싶다.

부디 이 아이들이 이 마음 잘 간직해서 커주길. 아이들 정말 멋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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