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또오해영
내용이 어떻든 드라마는 큰 틀과 결만 맘에 들면 주욱 보게된다.
<또오해영>도 그 중 하나.
초반에는 당차고 주체적인 해영이의 모습에 반해 봤지만,
뒤에서는 남자못잃는 해영이가 되어버려 많이 실망했다.
맨 처음 볼 때는 실망만 했었다면 두 번 세 번 보다보니 그런 나름의 찌질함에서 공감가는 공통점을 많이 발견했다.
처음에는 왜 저렇게 보는 사람이 내내 안타까울 정도로
본인이 오히려 당하는 입장인데도 남자에게 매달리나 싶었는데,
앞으로는 후회없이 내키는 대로 표현할 거라는 해영이의 대사를 듣고 (몇화인지는 까먹)
그제서야 이해가 갔다.
처음 봤을 때는 그 대사를 제대로 듣지 못했나, 아니면 다른 장면들에 더 집중해 그 대사를 흘리듯 지나쳤나 그래서 그렇게 실망만 했었던 듯.
물론 저 대사로 해영이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긴했지만,
그 행동을 보며 통쾌하고 기분이 좋았던 건 아니다.
하지만 어찌 생각해보면 왜 우리는 드라마를 보며 늘 주인공이 '완전히' 성장한 상태가 되어야만 만족할까 싶다.
사실 나도 나이가 들며 이전보다 나아졌다고 생각하지만 그 시간이 또 시간이 지나고 보면, 그 완벽했다고 했던 선택들이 완벽하지 않았던 선택이었고 '과정의 일부' 중 하나였을 뿐인데,
드라마 속 해영이의 삶은 그 수많은 인생 중 고작 길어봐야 일년도 안되는 시간인데 그 안에서 해영이가 얼마나 완전하게 성장하고 완벽한 생각과 선택만을 할 수 있나 싶다.
저 모습들도 몇년 뒤의 해영이는 다시 기억을 되집으며 후회할 수도 있고 또 성장할 수 있는 '과정의 일부'로 생각할 수도 있는 건데 말이다.
그래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찌질하고 남들이 왜 저러나 싶어도 '지금 이 순간' 정말 찰나의 순간이라도 만족할만한 행동을 해보는 것 그게 해영이의 정답일 거다.
그리고 <또오해영>을 여러번 보다보니 슬슬 보이는 해영이의 주변 사람들.
모든 드라마는 주인공의 가족, 친구들이 있지만, 이 드라마는 유난히 해영이를 묵묵하고 강하게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내내 남에게 상처만 받고 스스로 불쌍하다 여기는 해영이에게
"너가 왜 불쌍해, 엄마도 있고 아빠도 있는데 왜 불쌍해"라고 하는 엄마.
엄마는 해영이가 방에서 축 쳐져있을 때면 불 같이 들어와 해영이를 침대에서 일으키고 밥 먹이고 해영이가 동굴에 빠져들 새 없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해영이를 욕하는 사람들에 전혀 동요하지 않고 해영이를 지켜주는 팀 동료들.
자신의 행동 하나 때문에 내 친구가 상처받은 것 같다고 진심으로 눈물을 흘리는 친구.
(예쁜) 오해영이 그렇게 사랑받고 자란 너를 나는 이길 수가 없다는 말에.
내가 둘 중에 하나의 삶을 선택한다면 (예쁜) 오해영의 삶을 선택하고 싶다고 처음엔 생각했지만,
나중에 가니 저렇게 든든한 사람들 사이에 파묻혀있는 오해영의 삶이 더 낫겠구나 싶다.
얼마 전 영어 스터디에서 돈, 명예, 친구, 가족, 외모 등등 정해진 돈 안에서 자신이 원하는 가치를 경매하여 구매하는 게임을 했었는데, 저 중에서 나는 '친구'에 제일 많은 돈을 배팅하여 얻어냈다.
내 삶을 돌이켜보면 순간순간에 적절한 위로와 힘이 되어주는 친구가 없었더라면 내 삶이 정말 힘들었을 것 같아서,
그리고 앞으로도 내가 부족한 부분을 늘 채워주고 힘이 되어줄 존재가 친구 같아서 그랬다.
그래서 해영이가 처음엔 부족하기만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정말 든든한 버팀목들이 많은 사람이구나 싶어서 부럽기도 했던 그런 드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