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응답하라 2017

내 인생은 왜이렇게 편하지 않을까

우와오와앙 2017. 11. 1. 23:09

노력을 얼만큼 했는지, 내가 얼마나 간절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찌됐든 3년 간의 발버둥을 그만하고 이젠 '그냥 좀' 살아보려고 취직을 했다.

대단했던 꿈도 잠시 내려놓고 한치 앞의 행복만이라도 느끼기 위한 나의 선택이었다.

어쩌면 꽤 괜찮은 결과였는데, 의외로 과정이 수월해서 그랬던건지

지금의 결과가 '그냥', '그럭저럭'한 선택이라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냥' 아무 생각말고 살자고 마음먹었던 것과는 달리 또 여러가지 생각이 많아졌다.

과연 잘한 선택일까. 이대로도 괜찮은 걸까 하고 말이다.

한 번 걱정을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내 스스로를 알기 때문에 걱정을 하고 있는 '내가' 또 걱정이었다.

그런데 꽤 괜찮았다.

이상하리 만큼 만족스러웠고 '그저 그렇게' 살려고 했는데, 지금 주어진 현실에서 열심히 살아보면 꽤 괜찮은 선택이 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상황에 만족할 수 있고 고마워 할 수 있게 하려고 하늘을 그렇게나 나를 힘들게 했나 싶을정도로

나는 만족스러웠고 여러가지 내 주변의 상황들도 괜찮게 흘러갔다.

그러나 역시나.

정규직 전환 가능성이 많을 것 같다고 하더니, 전환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친구들은 회사도 혹시 모를 적은 확률이 걱정되어 그러는 것일거라며 위로했고 나도 그런거겠거니 생각하려 했지만

왜 자꾸 나는 뭐 하나 이리도 순탄한 게 없는지 자꾸 원망스럽고 슬펐다.

몇 년 간 나의 행복은 나만의 행복이 아니었고 더불어 나의 슬픔은 나만의 슬픔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불과 몇 주 전 내 취직소식에 같이 마음을 놓던 우리 가족들과 친구들.

혹시 정규직 전환이 안 되면 나와 더불어 그 사람들의 기쁨도 취소해버리는 느낌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회사 제품을 구매하려고 해도 '인턴'이라서 안된다는 말.

그 수많은 사원 리스트에 내 앞에만 붙어있는 '인턴'이라는 수식어.

그 말을 듣고난 뒤부터 같은 공간에서 똑같은 책상에 앉아있는 내가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수많은 걱정과 생각을 떠안고 잠들었던 몇 년과는 달리 편히 잠들었던 몇 주일.

그 몇 주일이 참 사치스럽게 느껴졌다.

이제 '그냥 좀' 살아보려고 선택한 것도 안 되는 나.

'그냥'도 '아무거나'를 선택해도 뭐 하나 편한 게 없는 나.

좀 쌩뚱맞은 비유일지는 모르겠지만, 요새 모두의 마블 게임 아이템 인플레로 참 대단한 상대를 만나면 내가 '어떻게' 해도 이길 수가 없고 답답하고 화가나고 짜증난다.

방금 그런 게임을 하고 있는데 이 모두의 마블이 내 인생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해서 좋은 아이템을 사고 장착해서 열심히 게임을 해도 무적의 상대를 만나면 그냥 내가 게임을 하는 행위 자체가 무의미 한 것.

내가 아무리 열심히 발버둥을 쳐도 이 인생이란 게임이 어떻게 해도 안 된다는 기분이 든다.

어디부터 잘못된 걸까. 저임금에 쓰고싶을 때 쓰고 버려도 상관없는 이 인턴제도? 계속되는 취업난?

거슬러거슬러 내 이런 인생의 원인을 정치계까지 찾아보면 그래. 이런 고용제도도 한 몫하겠다.

단순한 사회 제도 자체가 내 인생이 슬픈 원인이 된다.

참 별별 얘기가 다 나오게 되네.

아까 모두의 마블 하다가 이대로 지기만 하면 너무 억울해서 가진 다이아를 써가며 이 상대에게 '딱 한판만 이기자'하고 죽자잘자 덤벼들어 마지막 판을 승리로 끝냈다. (마이아& 5연승 토끼)

지금 이것도 죽자살자 덤벼들면 좋은 결과로 끝맺음 할 수 있으려나.

취직 소식을 여기저기 알리고 친구가 하는 말이 '너 요새 가만히 있어도 들뜬게 보인다'라고 했는데,

정말 친구 말처럼 고작 내가 일할 수 있는 자리 하나가 있다는 것이 돈 몇푼을 벌 수 있다는 게 그리도 행복했는데...

걱정을 크게 안고 선택했던 곳에 신기하게 내 마음을 줘서 이렇게 일이 풀리나 싶었는데...

다시 잘 되어도 초반에 한 번 이렇게 마음 틀어진 곳에 마음이 가질 않는데...

잘 풀리든 못 풀리든... 짜증나네....

왜이러냐 정말. 아. 힘들다 힘들어. 뭐 하나 편하지 않은 내 인생.

하늘에서 누가 날 엄청 싫어하나보다 조~금이라도 편하고 마음 놓으려 하면 바로바로 태클을 놓네.

진지하게 성당을 다닐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영적인 효과로 내 행복한 인생을 바라는 게 아니라.

내 스스로를 다스리고 다잡아도 나만 열심히 한다고 바뀌는 게 없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2017년이 끝나는 순간까지 마음 졸여야 한다.

내 평생 아끼지 않고 펑펑 돈을 쓸 수 있는 유일한 3개월의 계획도 버려야겠다.

되긴 되나. 이렇게 안 되는데.


며칠 전에 일 하는 게 너무 행복해서 일기로 쓰려다가 귀찮아서 나중에 쓰려했는데..

그때는 이런 건 없을 줄 알고 몇개월동안은 그 마음가짐이 언제든 있을 줄 알아서....


(남들은 월요병이 있다는데, 나는 월요병이 없다.

너무 쉬어서 그런지 그냥 아침에 출근하고 일하고 점심시간을 기다리고 퇴근을 기다리는 소소한 일상이 너무나도 행복함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게, 내가 무언가를 하고 만들고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

적은 돈일 지언정 내가 번 돈으로 무언갈 하고 누군가에게 베풀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