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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30

어제 하루 종일 숙취 달래느라 하루를 소비하다

오늘 아침에 하릴없이 늦잠 자고 싶었는데 약속이 있는 게 잠시동안 귀찮았다

또 오랜만에 대면으로 미사를 보자고 괜히 혼자 마음먹어서는

약속 시간보다 더 일찍 일어나서 준비를 해야했다

다 내가 선택한 하루 일과인데 내 선택에 내가 고통받고 그렇게 하루를 시작했다.

성당을 가면서도 괜히 왔나 싶었는데,

성당에 도착해서 신부님의 아재 개그에 자존심 상하게 웃음이 터져나오면서 유쾌해지고 기분이 좋아져버렸다.

그리고 5월에 참 변화가 많았는데,

그 많은 변화 중에 이렇게 성당도 그대로고 실없는 농담하시는 신부님도 그대로고 내가 한주를 돌아보고 반성하고 마음을 달랠 수 있는 미사 시간도 이렇게 그대로구나.

변화 속에서 정신없고 싱숭생숭한 와중에도 이렇게 변치않고 있는 것들이 있었구나 새삼스레 깨닫고 뭔가 마음이 편해졌다.

그리고 걱정했던 것보다 꽤 괜찮은 요 며칠이 감사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며,

대단한 것을 바라기보다 내가 불안하고 좋지않은 것에 마음 쓰기보다

이렇게 좋은 것들에 더욱 집중하고 감사한 것들에 집중하는 내가 될 수 있길 기도했다.

그렇게 오랜만에 미사 시간동안 많은 것을 깨닫고 성당을 나오는데, 날씨가 너무 좋아 순간적으로 '일요일 아침 너무 좋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생각은 예전에 일요일 아침 미사 드리고도 한 번 했던 생각인데 오랜만에 다시 그 좋은 기분을 느꼈다.

이 기분좋은 일요일은 사실 초등학교 때 이후로 잘 못느끼고 살았던 감정인데, 30살이 돼서 온전히 이 좋은 기분을 만끽하고 있으니... 그냥 '참 좋았다.'

그렇게 606번 버스를 타고 종로를 가는데, 날씨좋은 날 신촌을 지나며 고가도로를 달리는 버스 속 내 자신도 기분이 좋고 오랜만에 보는 시원하고 탁 트인 종로도 너무 좋았다.

북촌도 진짜 오랜만에 갔는데, 그냥 그 평화로운 분위기 다다 좋았다.

계속 좋았다 정말.

그리고 혼자서 생각했던 걱정과 찌질함, 좋지않던 기분, 거기에 좋았던 것들 모두 섞어 민지 언니에게 토해내고 나니 이렇게 내 마음 꾸미지 않고 다 쏟아낼 수 있는 민지 언니와 이 좋은 날에 같이 있는 것도 너무 좋았다.

몇년 전 북촌에 왔을 때는 이 좋은 날씨와 이 좋은 공간을 만끽하지 못하고 불안으로 보냈었는데,

몇 년 사이에 이렇게 온전히 이 공간와 좋은 날씨를 느낄 수 있게 된 것도 참 신기하고 좋다.

걸었던 길과 머물렀던 공간들이 다 좋았다.

좋았다로 문장을 끝낼 수밖에 없는 오늘 하루들.

그렇게 놀다 민지 언니를 보내고 나는 광화문에 들어 교보문고를 구경했다.

책 이름만 구경해도 책을 읽고싶은 설렘들이 막 쏟아져나와서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그렇게 집에 갈 버스를 기다리는데, 날씨가 우중충 해지더니 비가 올 것 같았다.

그렇게 탁 트인 광화문 광장이 갑자기 회색빛이 되니까 이렇게 광활한 광장도 날씨하나에 분위기가 바뀌는 게 참 신기하고 갑자기 바뀐 분위기에 압도당하며 그 우중중한 비가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날씨도 뭔가 센치해지고 역시 '좋았다' ㅋㅋㅋ

그렇게 비가 내리며 버스를 타니까 갑자기 고3 때 친구들이랑 졸업사진 찍으러 덕수궁갔다가 같이 버스타고 돌아왔던 게 생각나서 카톡을 했다.

요새 선영,송이,도희 그리고 호주에 있는 영은과 부쩍 더 자주 보고 친해진 기분인데,

내심 이 친구들에게 마음적으로 의지를 많이 하고 있다.

내가 뭘 해도 응원해줄 것 같은 든든한 친구들이다. 얘들도 그렇게 생각하려나 ㅋㅋ 아님말고 ㅇㅅaㅇ

그리고 낮에 카페에서 우연히 들었던 '신혜성,이지훈-인형'들으니까 노래방 가고싶어서 노래방도 한 시간 조지고 왔다.

그동안 노래방 가면 발랄+신남 노래들만 잔뜩 부르고 왔는데,

이번에는 저 노래의 결로 2000년대 초반 발라드 노래들 잔뜩 불렀다.

방방 뛰지않고 이런 결의 노래만 부르는 것도 나름 괜찮네~

오늘 하루 정말 가히 완벽한 날이었는데,

집에 오고 내일 출근이고 밤이라 그런가 내 좋았던 하루 기억이 왜곡될만큼 뭔가 센치해진다.

갑자기 울 것 같아 ㅠㅠㅠㅠㅋㅋㅋㅋㅋ

근데 이런 기분도 나쁘지 않아(?)

여튼 지금 센치한 기분에 속아 오늘 좋았던 하루 까먹기 전에 남겨놓으려고 부랴부랴 일기를 남겼다.

오늘 '참 좋았던 하루'~~

내일, 엄밀히 말하면 12시 지났으니 오늘. 별자리 운세 보니 좋은 일이 많다고 하던데, 그런 하루를 보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