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200404

남에게 해줬던 말을 나에게 해줘야 할 순간.

몇 년 전, 졸업 후 취준 기간 동안 너무 힘들었다.

취업 준비 기간이란 게 당연히 힘든 기간이겠지만,

전형에서 탈락하고 마음 다잡고를 반복하다보니 속이 너덜너덜 해졌던 기간들.

그 때 왜 그렇게 힘들었나 생각해보니,

매번 서류를 넣을 때마다, 붙을 거라는 막연한 희망과

나에게는 힘든 순간이 지금이 마지막이라는 막연한 당연함 때문이었다.

그래서 힘든 순간이 내 인생에 있는 게 이상했고, 당황스러워서 그걸 받아들이는 걸 인정하는 게 너무 힘들었달까...

그 순간을 지나오니 오히려 그 후엔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그래 그럴 수 있지' '당연히 잘 안풀릴 수도있지'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좀 덜 힘들어졌다.

그 힘든 순간을 갓 견디고 난 뒤에는 어느정도 힘든 시기에 대한 내성이 생겼는데,

지금 그 당시 스스로에게 되뇌었던 말들을 다시금 잊은 것 같다.

사실 상대적으로 보면 지금은 되게 행복한 순간이다.

크게 객관적으로 힘들 일도 없을 뿐더러 그 때 느끼지 못했던 일상 속 행복들도 가득한 순간이다.

그런데 요새 그냥 사람 관계나, 일들, 여러가지가 겹쳐 그냥 힘들다.

왜 힘들어 스스로에게 되묻다보면 사실 힘들 일도 없다.

그런데 괜히 걱정되고 힘들다.

그래서 혼자 어떻게 이 감정을 이겨낼까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

그 감정을 이겼냈던 그 순간이 떠올랐다.

'힘든 거 그럴 수 있지' '힘든 게 당연한 거야'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힘든 순간은 내 인생이 아니라고 밀어내는 그 과정이 힘든 거였지, 오히려 인정하니 편하다.

심심풀이로 사주, 운세는 많이 보지만 그래도 내심 불신하며 '운명은 개척하는 거야'라고 늘 믿는,

반운명론자이지만, 이때만큼은 '그래 지금은 힘들 운명이었어' 당연히 불가항력적으로 지금 이 시기 있을 수 밖에 없는 순간이라고 생각하는 운명론자가 돼버리니 맘이 편하다.

그냥 이 감정을 받아들이고 품자.

그리고 더 단단해지자. 계속 나이들어도 아직 많이 어리고 그래도 어제보단 못나지 않도록 늘 노력해보자. 노력하자.